이 기사는 2016년 02월 29일 03: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의 '홀로서기'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수협중앙회(이하 수협)를 경제사업부문과 신용사업부문(수협은행)으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사업구조개편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수협법 개정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협은행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바젤Ⅲ 적용 유예를 금융당국에 요청하는 '플랜B' 카드를 조심스럽게 만지작 거리고 있다.

29일 국회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수협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도 수협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2월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10일까지다.

국회 농해수위는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예산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 정치적 이슈로 인해 수협법 개정안을 포함한 160여 건의 법안 중 단 한 건도 심사하지 않았다.

수협은행의 바젤Ⅲ 적용시점은 오는 12월1일다. 수협의 사업구조개편이 이 때까지 마무리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를 감안하면 늦어도 5월 말까지 수협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 정부와 수협은 수협법 개정 이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정비와 각종 사업준비에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사실상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4월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에서 수협법 개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19대 국회 회기 내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법안은 폐기된다. 20대 국회에서 새롭게 상임위를 구성해 다시 수협법 개정안을 발의할 경우 시간상 12월1일 이전에 수협 사업구조개편을 마무리 짓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수협은행은 사실상 연내 사업구조개편이 어렵다고 보고 '플랜B' 카드를 꺼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플랜B'는 금융위원회에 바젤Ⅲ 적용 유예를 다시 요청하는 방안이다. 바젤Ⅲ 적용을 유예받지 않으면 수협은행의 정상적인 은행영업이 불가능해지고 최악의 경우 수협은행의 부실금융기관 지정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바젤Ⅲ 적용 유예를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바젤Ⅲ 유예는 금융위원회 결정사항이어서 아직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지만 이 방안 외에 마땅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19대 국회 회기가 끝난 직후 수협은행이 바젤Ⅲ 적용 유예를 요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수협법 개정안은 수협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의 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충족하기 위해 수협에서 신용사업부문을 떼 내는 게 핵심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2013년부터 바젤Ⅲ 기준을 적용받았지만 정부는 수협은행이 단기간 내에 자기자본금을 확충할 능력이 없는 점을 감안해 바젤Ⅲ 적용시점을 올해 11월 말까지로 3년간 유예했다.

사업구조개편이 마무리되면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1조1581억 원)을 보통주 자본으로 전환하고, 추가 보통주 자본을 확충해 BIS자기자본비율을 지난해 말 12.08%(잠정)에서 올해 말 15.4%까지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