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특수은행]사업구조 개편 '난항'…연말 정상영업 불확실[수협은행①]수협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지 못해…예보와 MOU도 부담
안경주 기자공개 2016-02-01 11:07:14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협은행의 '홀로서기'가 녹록지 않다. 수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부문(은행)을 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3년간의 준비 끝에 마련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수협은행의 사업구조 개편을 담은 수산업협동조합법(이하 수협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연내 사업구조 개편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사업구조 개편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수협은행은 자칫 연말부터 정상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젤Ⅲ 적용, 자본서 부채로 바뀌는 '공적자금'
수협법 개정안은 수협중앙회가 국제은행 자본규제 기준인 바젤Ⅲ를 적용하기 위해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바젤Ⅲ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제정한 은행 자본건전성 관련 국제기준이다. 지난 2013년 12월1일부로 국내 모든 은행에 도입됐다. 수협은행은 조합원 출자와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 등으로 인한 자본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올해 11월 말까지 3년 동안 도입을 유예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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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Ⅲ가 적용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고 이중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이상, 기본자본 비율은 6% 이상이어야 한다.
문제는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이다. 정부(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은 지금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았지만 바젤Ⅲ가 적용되면 상환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액 부채로 분류된다. 수협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해 수협중앙회 속의 신용사업부문으로 남게 되면 수협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하게 된다. 이 경우 정상적인 은행영업이 불가능해지고 최악의 경우 수협은행의 부실금융기관 지정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수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협은행은 바젤Ⅲ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우선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한 후 자본금을 늘릴 수 있다. 사업구조 개편이 수협은행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인 이유다.
그렇다고 바젤Ⅲ 적용 시점을 추가로 유예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미 3년간 바젤Ⅲ 적용을 유예한 상황에서 준비미흡을 이유로 추가로 유예해 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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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상환의무 사라지지만 예보의 MOU 통제 '그대로'
수협은행의 홀로서기에 필요한 자금은 2조 원이다. 수협중앙회가 신용사업특별회계를 만들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의 공적자금 1조1581억 원을 떠안고 상환의무를 지게 된다. 3500억 원은 자체조달하고, 나머지 5500억 원은 수산금융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되 이자비용은 정부가 부담해 주기로 했다.
이 자금을 토대로 수협중앙회가 모(母)회사로서 수협은행이 발행하는 보통주를 인수해 자(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과 같은 '수협중앙회→수협은행'의 출자구조가 만들어진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을 지배하고, 정부는 수협중앙회로부터 신용사업특별회계에 대한 수익배당금 형태로 공적자금을 상환받게 된다.
수협은행은 공적자금 상환의무가 사라지지만 예금보험공사와의 경영이행약정(MOU)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히려 공적자금을 떠안는 수협중앙회도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체결한다. 공적자금 상환은 수협중앙회의 몫이지만 수협중앙회의 수익은 수협은행의 실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상환 계획을 감안하면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2028년까지 MOU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까지 MOU를 통해 예금보험공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사업구조 개편이란 큰 산을 넘더라도 수익 창출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수협은행에 주어지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와 MOU를 체결하게 되면 채용, 마케팅 등 영업과 직결되는 부문까지 통제를 받게 된다"며 "경영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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