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현정은, 마지막 카드 꺼냈다 현대상선 등기이사직 사임 '백의종군', 정상화 차질 책임론 사전 차단
심희진 기자공개 2016-03-04 08:24:2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03일 2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현대상선은 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현 회장의 현대상선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 사임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열고 현 회장의 등기이사 사임 안건 등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현 회장과 함께 김명철 전략기획본부 상무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대신 영업총괄 및 비상경영실장을 맡고 있는 김정범 전무와 지난달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른 김충현 상무가 각각 신규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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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번 결정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카드는 다 꺼내 놓겠다"는 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모친과 함께 3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한 가운데 스스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나 경영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대주주 입김을 최소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등기이사 사임은 또 향후 현대상선 정상화 과정에서 불거질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 경영 정상화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룹 안팎에서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채권단과 협상 과정에서 대주주 이사회 참여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현 회장의 사임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은 모두 부인했다.
현대상선 측은 "현 회장의 사임은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대상선의 7대1 무상감자는 이전에 논의가 됐던 사항이지만, 현 회장 사임은 따로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 회장이 스스로 한 발 물러나면서 채권단 부담이 커지게 됐다. 하지만 현 회장은 등기이사직을 내놓더라도 이사회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등기이사로 내정된 김정범 전무와 김충현 상무는 현대상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현 회장과도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다. 사실한 현 회장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차지한 셈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용선료 인하 협상과 병행해 유조선사업부 매각 등의 자산매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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