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수수료 경쟁에 삼성운용 캐시카우 주춤? 순이익 1/3…수수료 추가 인하 압박 만만찮아
김기정 기자공개 2016-04-04 11:06:07
이 기사는 2016년 03월 31일 16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자 고수수료 정책을 펼쳐온 삼성자산운용도 자존심을 꺾었다. 지난달 KODEX200 보수를 3년만에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라 인하 압박은 지속될 전망이다. ETF 는 삼성자산운용 순이익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효자 사업이다. 시장 성장 없이 경쟁만 가속화되면 '캐시카우(Cash Cow)'로서의 역할 또한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ETF사업, 삼성운용 든든한 '캐시카우'…순이익 1/3 차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액은 10조 8321억 원으로 전체 의 50.1%를 차지하고 있다. 평균 총 보수는 40~45bp정도였다. 이를 전제로 하면 ETF 보수로 벌어들인 액수는 대략 400억 원대라는 뜻이다. 지난해 ETF로 발생한 매출은 300억 원대로 전체 매출액(1650억 원) 중 18%를 차지했다.
ETF는 여타 운용사 금융상품보다 비용이 상당히 적게 들어간다. 일단 매니저 한 사람이 운용할 수 있는 상품 개수가 액티브 펀드보다 훨씬 많다. 선물이나 장외파생 운용 비중이 높고 프로세스만 잘 짜놓으면 펀드사이즈가 아무리 커져도 인력을 더 투입할 필요가 없는 구조다. 인건비와 인덱스 라이선스 및 데이터 사용료, 마케팅 비용 등을 합쳐도 100억 원 이상은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난해 삼성자산운용의 세전 순이익 675억 원 중 ETF사업에서 나온 금액은 200억 원 대에 달했다. 전체의 30% 수준이다. 실제로 비용 대비 마진이 타 사업보다 높았던 셈이다.
지금까지 ETF사업은 삼성자산운용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다. 삼성자산운용은 시장이 개설된 2002년 사업을 시작한 후 10년 이상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초기 시장에서는 보수 또한 지금보다 3~4배는 높았다. 시장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는 사정이 다르다. 후발주자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낮은 수수료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전략을 택했다. 펀드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하우스인 만큼 액티브펀드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에서 실제로 돈을 버는 곳은 삼성과 미래밖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 ETF의 순이익 기여도는 삼성이 미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보수 인하 출혈 경쟁 심화될 것"…비용 대비 높은 마진 유지 힘들어
그러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지속되자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이 예년만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초 'KODEX200 ETF'의 총 보수를 3년 만에 0.26%에서 0.15%로 대폭 인하했다. 이전 보수는 다른 코스피200 ETF보다 2~3배 높은 수준이었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200의 순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5조 372억 원이다. 전체 시장의 4분의 1,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수 인하로 줄어드는 매출이 60억 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번 보수 인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움직임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수 추종 ETF가 패시브펀드의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기관 자금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200 ETF는 시장에 8개나 된다. 사별 운용 전략도 큰 차이가 없다. 보수에 민감한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구태여 NODEX200을 찾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실제로 보수가 낮은 KStar200은 일년 만에 순자산이 2배로 늘었지만 한 때 5조 8000억 원까지 덩치가 불어났던 KODEX200은 지난 1월 말 기준 4조 6293억 원까지 규모가 줄었다.
시장점유율(MS) 하락은 보수 인하에 나선 또 다른 배경 중 하나다. 2012년 말 55%에 달하던 MS는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 말 50.1%을 기록했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MS 50%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수수료 인하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10bp 이상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KODEX200의 보수는 여전히 코스피200ETF 중 가장 높다. 키움투자자산운용(15bp), 교보악사자산운용(14.5bp), 한화자산운용(14bp)과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9bp), KB자산운용(7bp)보다는 2배 가까이 높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이 보수를 내린 지 한 달 만에 업계 최저 수준인 5bp로 수수료를 책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TF는 앞으로도 삼성자산운용의 핵심사업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 예년만큼 비용 대비 높은 마진을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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