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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인수 의지, 이사회 태도부터 달랐다 [현대증권 M&A]지주사 이사회, 윤종규 회장에 전권 위임…현대證 선제적 구조조정, 매력 높여

신민규 기자공개 2016-04-05 07:52:01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1일 10: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과감한 베팅으로 그 동안의 가격 '트라우마'를 훌훌 벗어던졌다. KB금융지주는 대형 M&A에 참여할 때마다 자금 조달 능력에서 가장 앞서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매번 실망스런 인수가격을 적어내 고배를 마셨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1조 원대에 달하는 기대 이상의 가격을 적어내면서 경쟁자인 한국금융지주, 액티스그룹과 대등한 레이스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B금융지주는 그동안 강력한 이사회의 존재가 높은 인수가 제시를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사회 멤버는 계속 교체되지만 타 금융지주 이사회보다 단결력이 커서 회장이나 행장의 뜻과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사회가 인수 가격 상한선을 낮게 정하면 공격적인 베팅을 할 방도가 없던 셈이다.

이 때문인지 KB금융지주는 국내 M&A에서 패자의 기록이 더 많았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 불발을 시작으로 2012년 7월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하려다 중도 포기했다. 2012년말에는 ING생명 인수 시도가 중단됐다.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1조 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적어낼 수 있었던 배경은 KB금융지주 이사회 측이 전권을 윤종규 회장에게 위임한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을 품에 안기 위한 공격적 베팅을 사실상 허락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가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까지 제안했다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이번 인수전에서 비가격 요소가 많이 반영되긴 했지만 가격 측면에서도 KB금융지주가 밀리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준 셈이다.

KB금융지주가 이번 현대증권 인수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적극적으로 구애했던 배경 중에 하나는 현대증권이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무리졌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은 2014년 당시 희망퇴직을 실시해 인력 규모를 2500명에서 2200~2300명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증권을 놓친 경험도 자극제가 됐지만 현대증권 인수 이후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바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설명이다.

윤종규 회장 역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향후 구조조정 수준에 대해 "미세한 수준일 것"으로 대답하기도 했다.

이번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KB금융지주의 자회사인 KB투자증권은 단숨에 자기자본 3위 증권사로 올라서게 됐다. KB금융지주가 그려왔던 CIB(상업은행+투자은행) 모델에도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KB금융지주는 장기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의 결합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주 내에서 은행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는데 현대증권 인수로 이런 약점을 해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비중이 지난해말 기준 33%에 불과했지만 현대증권 인수로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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