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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에 걸린 K뷰티의 미래 [thebell note]

길진홍 기자공개 2016-04-05 08:29:15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4일 0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당대의 경국지색으로 불리는 양귀비는 피부미인의 대명사로 꼽힌다.

그녀는 당 헌종의 마음을 붙잡아두기 위해 많은 피부미용법을 개발했다. 기록에 의하면 배꽃, 복숭아꽃, 모과꽃, 사과꽃, 배견꽃, 홍련꽃, 살구꽃 등 7가지 꽃잎을 소주에 담가 화장수로 썼다고 한다. 또 살구씨와 사향 분말 등을 섞어 찍어 발랐다. 이어 고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늘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진한 화장보다는 맑고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데 집착했다. '미백'과 '보습'을 중시하는 동양식 화장의 원조인 셈이다.

1200여 년의 세월을 건너, 지금 중국 대륙의 여심은 색조에 가 있다. 소득수준 증대와 맞물려 미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색조화장품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히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색조화장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제품 유형도 립스틱과 마스카라 등 단일 색조에서 비비크림, 쿠션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유관기관들에 따르면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은 2014년 기준 약 3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중국 여성들의 취업률 증가와 맞물려 2010년의 2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이면 6조 원 이상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중국 화장품 시장(약 55조 원)의 10%에 달하는 수치다.

우리 기업들도 틈새로 부상한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히트상품인 아이오페 쿠션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중국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작년 가을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통합하고, 색조전문 업체 인수합병을 통해 제품 생산 역량도 강화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도 잇달아 중국에 공장을 증설하고 색조시장 공략을 강하화고 있다.

대륙에 불고 있는 ‘K뷰티' 열풍은 한 동안 거칠 게 없어 보인다. 업계는 이런 추세라면 국내 업체들의 중국 화장품 시장 점유율이 단기간 내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속살을 들춰보면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는 매출은 고작 2%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밀려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색조화장품 부문에서는 프랑스 기업 로레알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32%에 달한다. 시세이도, 에스티로더, 메리케이, 샤넬, 암웨이 등의 글로벌 브랜드가 남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카즈란 등 중국 토종기업에게도 밀린다. 2015년 중국 광군제(싱글데이)에서 색조부문 판매 3위에 든 기업은 비비크림으로 유명한 미샤가 유일하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의 큰 손인 중국 시장에서 선발주자인 외국기업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아직은 대륙의 여심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따른 재고자산 누적은 또다른 고민거리이다.

국내 기업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정식으로 화장품을 유통하려면 위생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생허가 취득은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밖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수출 규제 등 외생변수와 맞물려 색조에 빠진 양귀비 후손들의 마음을 훔치느냐 여부에 K뷰티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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