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부활시킨 박종복 SC은행장, 승부수 통할까 실적 개선 관건…뱅크샵 개편도 추진
안경주 기자공개 2016-04-08 09:52:33
이 기사는 2016년 04월 07일 1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브랜드명으로 'SC제일은행'을 쓰기로 했다. '제일'이란 명칭이 사라진지 4년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기존 영업방식에 한계를 느낀 박종복 한국SC은행장이 수익 개선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한국SC은행은 6일 "은행의 브랜드 이름을 SC제일은행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한국SC은행이 4년 만에 '제일'이란 명칭을 되찾은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SC제일은행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2012년 2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간판을 바꿨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임말인 한국SC은행이란 이름을 사용해 왔다.
이번 브랜드명 변경은 박종복(사진) 한국SC은행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일은행' 명칭 사용은 박 행장이 SC그룹 본사에 강력하게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매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박 행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옛 제일은행 출신이기도 한 박 행장은 취임 후 줄곧 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고객과의 친밀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SC그룹 경영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매영업의 점진적 축소를 선언한 한국씨티은행과 달리 소매영업에서 승부를 내기 위한 박 행장의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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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한국SC은행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4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던 한국SC은행은 지난해 285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별퇴직 등 일회성비용을 제외하면 805억 원의 이익을 달성했지만 타 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또 2014년 753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적자다.
SC그룹에 인수된 후 한국시장에 안착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객의 인지도도 떨어졌다. 한 때 국내 최고은행이란 이미지를 가졌던 '제일은행'이란 명칭을 쓰지 않고 영업점 수도 줄이자 고객과의 접점도 낮아졌다.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내 소형점포인 '뱅크샵'을 운영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했지만 낮은 인지도 등으로 인해 수익 확보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었다. 결국 돌파구 찾기에 나선 박 행장이 '제일'이란 명칭을 부활시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또 지난해 961명의 희망퇴직, 한국철수, 외국계 은행의 먹튀 가능성 등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한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올해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해 달라고 한국SC은행 경영진에게 당부한 점도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SC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소매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박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승부수"라고 말했다.
박 행장은 소매영업 강화를 위해 브랜드명 변경뿐만 아니라 뱅크샵 영업도 개편할 계획이다. 뱅크샵에서는 태블릿PC를 활용한 '모빌리티플랫폼'을 통해 예/적금, 신용대출, 신용카드 등의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상품 위주여서 실제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자산관리 뿐만 아니라 ATM기기 등을 통한 현금입출금 등 뱅크샵에서도 일반 영업점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혀 소매영업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 한달 가량 늦었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박 행장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말 실적 개선을 통해 결과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올해 개선될 실적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SC그룹에선 (한국SC은행에 대한)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며 "박 행장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올해 실적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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