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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갉아먹는 '민영화 지연' 리스크 [thebell note]

윤동희 기자공개 2016-04-26 09:40:40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4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리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한 단계 강등했다. 국내 은행 전반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던 탓에 다른 은행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긴 했으나 등급 자체가 떨어진 곳은 우리은행 뿐이었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한 익스포져가 다른 은행에 비해 많은 등 우리은행 신용등급 강등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대표적인 하나의 요인만을 꼽자면 단연 민영화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 리스크다. 민영화가 되는 과정에서 또 민영화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자본적정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첫째로 우리은행은 우리금융 분할매각 과정에서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됐다. 2014년 우리금융지주 시절 지방은행과 증권사 등을 매각하고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했다. 팔고 지주에 남아있던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은 자연스레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들어왔다.

무디스는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자본비율이 예상 이상으로 나빠졌다고 봤다. 무디스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5년에 연 5%의 속도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었는데 내부 자본은 1% 밖에 늘지 않았다. 사실 은행에 비해 자산 위험성이 큰 비은행권 회사를 자회사로 받으며 자본비율 하락은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카드사가 열심히 영업하고 덩치를 키워 갈수록 은행의 자본적정성은 악화되는 구조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BIS비율은 13.5%로 경쟁은행보다 2% 포인트 가량 낮다. 만약 5개 자회사의 위험가중자산을 제외하면 15.1%까지 올라간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신한, 하나은행의 비율이 15.81%, 15.0%, 15.3%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금융 민영화 차선책으로 추진했던 분할매각 방식이 우리은행의 자본적정성에 타격을 입힌 셈이다.

또 무디스는 우리은행의 자체적인 자본비율 증가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인 점을 자본비율 제고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데다 다른 주주와 달리 쉽게 유상증자를 결정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디스는 우리은행 매각 이후의 불확실성을 신용등급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 정부는 역사적으로 부실은행의 회생을 위해 지원을 해왔고,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산업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비중(1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부실화는 국가적 시스템에 의해 방지될 수 있다는 게 무디스 분석이다. 하지만 매각 후에 우리은행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으로 남을 수 있을지, 새로운 주주가 어떠한 부류의 주주일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그간 10년 넘게 민영화 작업이 추진되며 직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자회사 매각으로 영업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결국 우리은행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국제 신용평가사의 시각에서 다시 한번 증명됐다. 민영화를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무디스의 우리은행 신용등급 강등 사건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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