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화주에 '채무재조정' 기정사실화 서신 발송 주요 고객 안심시키기 목적..불확실한 정보 전파 잘못 지적도
윤동희 기자/ 권일운 기자공개 2016-04-27 10:18:18
이 기사는 2016년 04월 26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화주들에게 회사의 상황을 오해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서신을 송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협약 체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고 해운업 구조조정이 국내 금융권 및 재계의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서 화주들을 '안심' 시키려는 의도가 있으나 채권단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자칫 불확실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석태수 사장 명의로 회사 고객, 화주를 대상으로 서신을 발송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서신은 5월 미주-유럽 항로 개시와 새로운 얼라이언스 구성 등 서비스 제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기적인 서신은 아니었고 회사가 처한 특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서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신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3~4개월의 실사 기간을 거쳐 정상화 방안을 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 채권은행은 채무유예와 이자감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체적으로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이행하겠다고 밝히며 재차 은행이 자구계획안을 승인할 것이며 채무 상환유예와 이자감면을 해줄 것이라고 채무재조정을 기정사실화 했다.
한진해운은 이와 함께 회사 상태를 브리핑하며 국내에서 가장 큰 해운사로 60개 정기 노선과 160개 이상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육해공 운송네트워크를 보유한 한진그룹의 주요 자회사로서 이 위기를 해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사와 화주를 안심시키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겪는 해운사에 용선을 잘 맡기지 않는 해운업계 경험이 한진해운을 급박하게 만들었고 석 사장이 화주들에 서신을 보내야하는 상황을 만들게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더욱 안정적인 회사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취지의 서신"이라며 "운송 전문 그룹기업이다보니 그런 강점을 이어가면서 서비스 충실하겠다는 의도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한 숨은 뜻이 있거나 의도를 갖고 쓴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게 불확실했던 시점에 너무 성급하게 화주들을 설득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화주들의 반응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해운사의 관계자들은 잘못된 정보 제공은 오히려 회사 정상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한다.
석 사장이 서신을 보낸 시점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의하고 신청서를 실제 제출했던 때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나 추가적인 자구계획안이 미흡하다며 반려했다. 물론 자율협약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을 받아들여 준 것은 아니다. 자구안을 승인하고 채무재조정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는데 마치 이미 채권단 동의를 받은 것처럼 설명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한진해운을 한진그룹의 핵심자회사로 소개하는 것은 정확한 브리핑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의 경영권 포기는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으나 대한항공을 포함한 계열사의 지원도 더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재출연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제기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 그룹의 비호가 중단되고 한진해운의 독자생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암시해주는 '계열사' 운운은 정확한 상황 설명이 아니었다는 게 해운업 일각의 시각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밝히면서도 이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과는 다른 절차임을 분명히 했다. 자율협약은 법적 강제력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가 아니고 채권은행과 함께 채무상환 기간을 유예하고 이자를 조정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특히 채권자로부터의 채무상환 요구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만약 해운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탈퇴돼 영업기반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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