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2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서 LG그룹의 입지는 탄탄하다. 기관투자자들은 탄탄한 재무실적을 바탕으로 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LG그룹 계열사 채권을 없어서 못파는 물량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금조달을 바로 옆에서 돕는 투자은행(IB)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대부분 '정말 욕나올 정도로 일 시키고 부린다', '다른 일을 전혀 못하게 만든다' 등의 평가로 말을 시작한다. 하지만 마무리는 '안할 수 없게 만든다',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 등으로 끝난다. 요약하면 '욕 나올 정도로 고생시키지만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발행사' 정도다.
왜일까. IB들은 하나같이 LG그룹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수수료율(30bp)을 꼽았다. LG그룹은 상대적으로 타 발행사 대비 높은 서비스 수수료를 보장한다. 대신 IB에 최선의 서비스와 성과를 요구한다. 실제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24bp의 인수수수료율과 주관수수료율 6bp 가량을 제시한다.
IB입장에선 다른 곳보다 높은 보수를 제공하니 사력을 다해야 하고, 다음 딜도 따기 위해 더 힘쓸 수 밖에 없다. 결과도 좋다. 특히 실적이 부진했던 전자계열사들이 연초 차례로 등장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공모구조가 결정적이었지만 발행사와 주관사간 호흡도 깔끔했다는 평가다.
LG그룹과 상반된 전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곳은 롯데그룹이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등 모두 빅이슈어(Issuer)로 꼽힌다. 하지만 수수료는 고작 9~15bp 수준에 그친다. 일본계 자금유입 등의 기대감은 큰 데 비해 IB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발행사로 지목된다.
물론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채권은 시장에서 꽤나 잘 팔려나간다. 대부분 신용도가 높고, 일본계 자금이란 확실한 수요처도 존재한다. 다만 최근 6000억 발행에 나서 미매각을 면치 못한 롯데케미칼과 같은 사례도 빈번했다. 지난해 역시 롯데쇼핑, 롯데렌탈 등이 미매각을 기록했다.
IB 관계자는 "발행사와 관계를 생각해 인수단으로 참여하지만, 정당하게 투입했던 노력만큼 보수를 주는 딜이 나오면 정성을 쏟는 쪽은 후자일 수 밖에 없다"며 "대놓고 이런 감정을 표현할 수는 없을 정도로 발행사와 주관사는 경직된 관계라 솔직하게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LG그룹의 IB 활용법은 답없는 관행처럼 계속돼온 저가 수수료 문제에 던지는 울림이 크다. '저가 수수료→IB 서비스 하락→시장 퇴보'의 악순환은 결국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수주산업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저가 입찰에서 비롯됐다. 업종은 달라도 비상식적 가격이 초래할 결과는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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