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씨 인수철회' 롯데쇼핑, 재무정책 바뀌나 M&A로 성장 불구 수익성 저하, 국제 신용등급 강등
이길용 기자공개 2016-05-10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5월 09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베트남 유통업체인 빅씨(Big C) 인수를 포기하면서 확장적인 재무정책에 변화가 감지됐다. 롯데쇼핑은 국내외 가릴 것 없이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웠다.문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도 불구하고 불황으로 인해 수익성이 꾸준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법인 영업권 재조정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확장적인 재무정책과 수익성 저하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확장을 지양하고 차입금 상환에 주력할 경우 재무안전성을 확보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분석된다. 다만 불황으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기 어려운 가운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재무정책을 계속 지향해 나갈 경우 국내 신용등급까지도 위협을 받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 롯데쇼핑, 베트남 유통업체 인수 포기...확장 정책 제동
롯데쇼핑은 지난달 14일 베트남 대형 유통마트인 빅씨 인수를 위한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빅씨는 프랑스 카지노그룹이 운영하는 회사로 대형마트 32개를 가지고 있다. 12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이 빅씨를 인수할 경우 베트남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베트남 빅씨의 인수 가격은 1조 원 정도로 거론됐다. 대규모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느낀 롯데쇼핑은 지난달 22일 빅씨 인수전 참여를 철회했다.
롯데쇼핑은 2000년대 들어 국내외 가릴 것 없이 M&A를 통해 확장을 지속했다. 2002년에는 미도파를 인수해 8곳의 백화점을 인수했고 2004년에는 한화유통을 사들였다. 2006년에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해 홈쇼핑 업계에 진출했다.
먹성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007년에는 중국에서 마크로(Macro) 지점 8개와 빅마트 수퍼마켓 체인 14개 점을, 2008년에는 마크로 인도네시아 지점 19개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중국 유통업체인 타임즈 지분 100%를 사들이는데 약 7350억 원을 사용했다.
2010년에는 GS리테일 백화점 3개점과 할인점 14개점을 편입하는데 1조 3400억 원을 지불했다. 2012년 유진그룹으로부터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를 1조 2480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하지만 M&A 시장에서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봤던 롯데쇼핑은 베트남 시장 진출에 관심을 집중했다. 규모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빅씨 인수가 필요했지만 인수를 철회하면서 확장정책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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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다각화에도 수익성은 하락...신용도 저하 막을까
롯데쇼핑은 지속적인 M&A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홈쇼핑 등 대부분의 유통 채널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사업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은 2011년 이후 저하됐다는 점이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2011년 1조 253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5년 7147억 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8.3%에서 4.4%로 추락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영업권 가치 재조정으로 당기순손실 3461억 원을 기록했다.
확장적인 재무정책과 수익성 저하를 근거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12년 10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 하락이 지속되면서 2014년 2월에는 Baa2로 강등시켰다. 피치도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내렸다. 지난 2월에는 무디스와 피치 모두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의 우수한 사업지위와 재무구조를 근거로 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확장적인 재무정책과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경우 신용도 저하에 대한 압력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빅씨 인수 포기가 확장적인 재무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면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불황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은 가운데 보수적인 재무정책으로 재무안정성을 높여야 신용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다만 롯데쇼핑이 다른 매물을 찾아 지속적으로 M&A를 추진할 경우 국제 신용평가사뿐만 아니라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롯데쇼핑에 대한 신용도 점검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국제 신용등급과 국내 신용등급간의 괴리가 꾸준히 발생한 회사 중 하나"라며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인 가운데 재무정책 확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신용도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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