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채 투자수익률 15%, 하지만... [PB인사이드]경제지표 공개 안하고 환헤지도 불가능
이상균 기자공개 2016-05-12 10:24:35
이 기사는 2016년 05월 10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월 A증권사 고객은 자신을 담당하는 PB에게 러시아 투자가 어떻겠냐고 문의를 했다. 평소 외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전 세계 국가의 환율을 비교해본 결과, 러시아 루블화가 가장 저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환율은 1루블에 14원을 기록했다. 2012년 3월 1루블에 39.37원으로 5년래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하락세가 이어진 것이다.환율이 저평가됐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지만 과거 러시아 정부가 디폴트 선언을 했다는 점은 불안요소였다. 이런 점을 고려해 PB는 고객에게 리스크 높은 러시아 주식보다 러시아 국채 투자를 권했다. 러시아 국채의 수익률도 연 8%에 달해 국내 채권보다 3~4배 이상 높았다. 환차익은 비과세라는 점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다. 고객은 고심 끝에 러시아 국채에 1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 국채 투자수익률은 15%를 넘었다. 루블화 환율이 17.8원까지 상승한 덕분이다. 이 고객은 루블화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러시아 국채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심 수익률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 PB는 다른 고객에게는 절대 러시아 국채 투자를 권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우선 러시아 정부의 불투명성이다. 증권사 PB는 "러시아에서는 오직 외환보유고가 3900억 달러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경제지표가 발표되지 않는다"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제 유가와 연계해 경제상황을 짐작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국가의 제재와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 이어지면서 해외 주요 IB들이 러시아 국채 입찰을 거부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중에는 BNP파리바,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HSBC, UBS,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JP모간체이스, 모간스탠리, 웰스파고 등이 망라돼 있다.
결국 러시아는 지난 2월부터 국채 발행을 중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러시아 루블화는 환 헤지가 불가능하다. 변동성이 크고 헤지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러시아 루블화가 시중은행의 통화바스켓에 포함돼 있어 환전이 수월하다는 점이다. 통화바스켓에 포함되지 않은 브라질 헤알화와 베트남 동화는 달러로 환전한 뒤,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한다. 증권사 PB는 "브라질,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유가가 40달러까지 반등해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상승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높아 러시아 국채 투자는 절대 다른 고객들에게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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