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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통상임금 패소 후폭풍 예상 산업은행 등 소송 결과 남아...기업은행 퇴직자 추가소송 가능성

윤동희 기자공개 2016-05-30 09:54:39

이 기사는 2016년 05월 27일 18: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행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회사가 구체적으로 상여금을 어떻게 지급해왔느냐에 따라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갈리게 된다는 점에서 개별 사례에 따라 퇴직금 산정범위가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소송은 소를 제기한 1만 2000명에만 한하는 내용이라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열려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6일 기업은행에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은 1만 2000명의 기업은행 재직자와 퇴직자로 이들이 계산한 미지급금은 총 780억 원이다. 상법상 이자 연 6%를 적용하면 850억 원까지 불어나는 큰 소송이었다.

이번 소송결과가 금융권이 미칠 파장이 큰 이유는 법원의 해석 때문이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판단을 내릴 때는 2013년 12월 선고된 대법원의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문이 기본 뼈대가 된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 등 이 3가지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대부분의 소송에서는 이중 '고정성' 여부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고정성은 근로자가 어떤 업적이나 성과를 내느냐, 추가적인 조건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 고정적으로 나가는 임금이다. 변동성이 없는 임금이라는 의미다. 쉽게 말해 20일이 급여 지급일이고 10일에 퇴사를 했을 경우, 고정임금은 일할 계산돼 10일치만 지급이 되고 근로자도 이를 예상할 수 있다.

변동성이 있는 상여금은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을 근무했더라도 아예 지급이 되지 않는다. 보통 법조계에서는 재직자 규정에 지급 규칙과 근무 일수에 따른 '일할 계산' 여부에 따라 고정성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은행 사례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할 계산이나 재직자 규정 여부와 관계 없이, 실제 기업은행이 어떤 식으로 급여 체계를 운영했는 지에 법원이 집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업은행은 정기 상여금을 매년 연 600% 수준으로 지급해왔는데 1월, 2월, 5월, 7월, 9월, 11월의 각 첫 영업일에 연 100%씩 지급했다. 두 달에 한번씩 지급한 꼴로, 7월 1일의 상여금은 7~8월치 상여금인 셈이다.

예를 들어 7월 23일에 퇴사를 하더라도 해당 직원은 7~8월에 대한 상여금은 미리 받아둔 격이다. 일할 계산이나 재직자규정 여부와 관계없이 이 상여금은 직원의 성과나 근로여부와 관계 없이 예상가능한 금액으로,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의 성격을 충족시켰다는 설명이다.

원고측 대리인 김상현 변호사는 "각 회사마다 다양한 패턴으로 지급 규정에 따라 상여금이 나가고 있다"며 "회사마다 내용이 복잡하고 미세하게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고정성' 개념이 붙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에 앞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퇴직자들도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는데 사실상 사측 승소로 결론이 났다. 향후에는 산업은행의 판결이 남아있다. 법원은 어떤 식으로 취업규칙이 정해져 있고 회사에서 실제 급여를 어떤 식으로 지급해왔는 지에 따라 '고정성' 여부를 판가름 냈다.

회사 별로 모두 급여 운영 방침이 다르기 때문에 소송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기업은행이 근무 여부와 관계 없이 정기상여금이 나가 고정성을 인정받은 것처럼, 각 회사별로 각종 상여금과 다양한 수당 운영 방식이 달라 통상임금과 관한 분쟁이 커질 거란 전망이다.

여기에 기업은행 퇴직자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번 판결 결과에 기업은행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자금 부담 탓에 모든 퇴직자에 미지급퇴직금 지급을 일괄 적용할 가능성은 적다. 때문에 이번 소송에 참여한 1만 2000명을 제외한 사람들 외에 추가적으로 남은 재직자, 퇴직자들이 소를 제기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도입 작업이 한창이다.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결의로 취업규칙을 변경 중이다. 현재까지는 수출입은행과 예탁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예고한 상태다.

지난 2월 금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당시 "고정수당처럼 운영되는 부분은 변동성과급으로 전환할 것"을 명한 상태다. 기업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최근 변경을 예고한 성과연봉제 안에는 정기상여금 지급 일시 등 해당 규칙과 관련한 변동사항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에서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고정적'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한 만큼 이번 취업규칙 변동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기업은행 소송은 광장이 기업은행을 대리했고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법무법인 우성 변호사)과 임택석, 김상현 변호사가 1만 2000명 원고를 대리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현대차 노조의 통상임금 항소심 재판 변론을 맡았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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