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한 수 '롯데케미칼 확장' 급제동 [흔들리는 롯데]검찰수사에 美 액시올 인수 철회, 꼬이는 글로벌 '톱10' 목표
이윤재 기자공개 2016-06-13 08:08:16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2일 15: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유통과 화학부문을 양날개로 한 성장플랜을 내놨다. 화학부문은 2020년까지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는 세부적인 목표도 곁들였다. 롯데케미칼은 3조 원 규모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인수,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는 등 목표 달성준비를 착착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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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이후 2004년부터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신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급격히 몸집을 불려왔다.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애착이 컸던 신 회장은 호남석유화학을 교두보 역할로 삼고 중국사업을 시작했다.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 KP케미칼, 영국 아르테니우스,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도 벌였다.
호남석유화학은 롯데대산유화와 KP케미칼을 흡수합병한 뒤 2012년 간판을 롯데케미칼로 바꿔달았다. 통합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는 흡수합병 작업과 크로스보더 M&A를 도맡았던 허수영 사장이 꿰찼다. 통합 롯데케미칼을 만든 신 회장과 허 사장의 다음 목표는 2018년 매출 40조 원, 아시아 톱3 화학기업으로의 도약이었다.
순탄하게 성장하던 롯데케미칼의 성장전략이 어긋난 건 PTA 불황부터다. 허 사장이 진두지휘했던 아르테니우스 인수는 그룹내 성공적인 M&A 사례로 꼽힐 정도였지만 2013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며 골칫덩이로 돌변했다. PTA 생산은 중단하고, 투자금 1388억 원을 전액 손실처리했지만 자본잠식은 여전하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로 인수한 파키스탄법인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신 회장 주도 아래 나섰던 중국 시장 성과도 좋지 않다. 수천억 원대 투자금을 들여 중국내 공장 7곳을 세웠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5곳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낸 순손실은 800억 원대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을 시작으로 후속 진출한 유통사업도 중국 시장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해외사업이 신통치 않은데다 2014년말 시작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롯데케미칼은 다시 비전을 수정한다. 에틸렌 스프레드(마진)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판가 하락으로 매출은 뒷걸음질 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양적 목표였던 매출 40조 원 달성을 버리고, 글로벌 톱10 종합화학기업 도약으로 바꿨다.
먼저 꺼내든 카드는 삼성그룹 석유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사업부, 삼성정밀화학 인수였다. 원료 수직계열화와 스페셜티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업종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략이었다. 대규모 거래 규모에도 불구하고 롯데케미칼은 성공적으로 롯데정밀화학(전 삼성정밀화학), 롯데첨단소재(전 SDI케미칼)를 품으며 글로벌 톱10 달성의 꿈을 이어갔다.
하지만 글로벌 톱10 종합화학기업 도약은 두 번째 단계부터 꼬였다. 미국 화학회사인 액시올 인수전에 뛰어들어 단숨에 글로벌 톱12 진입, 북미 시장 교두보 확대에 나섰다. 연간 2조 6000억 원대 현금창출력을 내세우며 인수 예상규모 3조 원 조달에 문제가 없음을 자신했다. 이런 자신감과 달리 액시올 인수는 롯데그룹의 횡령·배임 수사가 시작되면서 급반전했다. 결국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고, 글로벌 화학기업 도약도 뒤로 밀렸다.
더구나 조단위 현금창출력을 가능케 했던 에틸렌 스프레드도 축소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유가가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마진율이 낮아질 것이란 견해다. 불과 4년 전 에틸렌 스프레드가 좋지 않았던 시기 롯데케미칼의 영업활동 현금창출력은 연평균 2500억 원대에 불과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올해 들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고, 하반기부터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업이익에서 에틸렌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현금창출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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