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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돌연 회사채 철회..평판훼손 자초 2000억~4000억 조달 계획 무기한 연기…헛물 켠 IB '당혹감'

김시목 기자공개 2016-06-20 10:30: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7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가 3년 만의 공모채 발행 계획을 1주일도 안돼 돌연 철회했다. 주관사 선정 전부터 조달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데 부담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장은 지금과 같이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중심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물 중심의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려는 의지가 확인된 만큼 추후 회사채 조달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최소 2000억 원~많게는 4000억 원에 달하는 조달 계획을 돌연 취소한 KCC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에 모처럼 복귀를 알렸지만 일주일 만의 상반된 결정을 내린 것은 시장의 불신 자초하는 행보란 지적이다.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 증권사 IB들도 헛물만 캔 셈이 됐다.

◇ 일주일 만에 조달 철회…CP 등 지속, 추후 장기물 가능성

KCC는 당초 내달 2000억 원에서 4000억 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주 일부 증권사에 한해 제안서 제출을 요청했다. 자금유치에 성공할 경우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KCC는 제안서 제출을 요구한 지 열흘도 채 안돼 발행 계획을 접었다. 주관사가 선정되고 시장 수요조사(태핑)를 진행하기 전에 발행 소식이 외부에 알려진 데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상위 결제라인의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KCC가 1주일도 안돼 돌연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으면서 다시 기업어음(CP) 등 단기 조달시장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무기한 연기의 성격이 강한 만큼 향후 재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C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CP 등 단기 차입금을 장기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10일 기준 CP 잔액은 무려 84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회사채(공사모 포함)는 4000억 원에 그쳤다. 주요 운영자금 조달을 2개월물 안팎의 단기물 중심으로 확보해왔던 셈이다.

실제 KCC는 지난해 삼성물산 지분매입(6743억 원) 비용 상당 부분을 CP 발행으로 해결하면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급증했다. CP 잔액은 지난 2014년 말 제로(0)에서 이듬해 4월 1500억 원 수준에 그치다 지난해 6000억 원을 넘어섰다. 수시 발행과 상환이 용이한 CP를 활용해온 것.

◇ 시장, 당황스러운 기색 역력...헛수고 IB도 피해자

업계에서는 KCC의 이 같은 행보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수년 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는 이슈어이자 조달 규모 역시 최소 2000억 원 이상이란 점에서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신뢰를 져버리는 행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실제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주관사 선정에 착수한 이후 조달을 포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조달 계획이 없었지만 시장 수요를 떠보기 위해 증권사를 이용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경우 논란의 여지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시장 관계자는 "KCC의 이번 행보는 발행사로서 시장 플레이어들에 불신만 키우는 경솔한 행동"이라며 "향후 조달에 나설 경우 기관투자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도 제안서 작성에 괜한 비용과 시간을 썼다는 점에서 피해자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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