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중국 진출하는데 10년…높은 '만리장성' ②수입애니메이션 규제 강화…뉴미디어·공동제작 등 맞춤형 전략으로 뚫어야
정강훈 기자공개 2016-06-29 08:07: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20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중국 시장은 '기회의 땅'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구조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만큼 제작사와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문제는 아직 중국 시장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의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시장은 수입 애니메이션에 대한 각종 규제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이 좀처럼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 정부가 자국 애니메이션 사업을 적극 지원하면서 중국 내 수입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30배 넘는 중국 시장…유명 애니메이션도 뚫기 힘든 벽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000억 위안(18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의 30배 규모다. 중국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국내 유명 애니메이션의 중국 진출은 속속 시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다. 뽀로로의 공동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2012년 중국법인을 100% 출자해 설립했다. 중국법인의 실적 규모는 아직 '뽀로로'의 유명세만큼 크지 않다. 아이코닉스의 중국 법인 '북경창려문화전파유한공사'는 지난해 23억 원 매출에 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관련 사업의 전체 매출은 크더라도 제작사는 매출액 중 일부만 로열티로 받는 수익 구조기 때문에 실제 매출 규모는 작품의 인지도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코닉스의 중국 매출 중 일부는 현지법인이 아닌 본사로 들어오는 구조"라며 "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로이비쥬얼의 '로보카 폴리'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로보카 폴리는 CCTV의 어린이 채널을 통해 TV 방영됐다. 홍콩 완구회사인 실버릿과 판권 계약을 체결해 활발히 완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퍼니플럭스엔터테인먼트의 '슈퍼윙스' 등 여러 국내 작품들이 중국의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시장에 속속 진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중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작품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 규제와 경쟁 심화…설 자리 좁은 한국 애니메이션
2003년 제작돼 일찍이 해외 곳곳에 수출된 '뽀로로'는 중국에서 2013년에야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통됐다. 중국 TV 시장의 장벽은 그만큼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적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아직 TV 시장에 의존하는 편"이라며 "중국 TV 시장은 수입 애니메이션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입 애니메이션에 대한 방송 규제는 까다롭다. 수입 애니메이션의 방영 시간이 전체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의 30%를 초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저녁 황금 시간대에는 아예 방영이 금지돼 있다. 최근 몇 년간 TV 방영시간을 보면 수입산 애니메이션의 비중은 전체 애니메이션의 5% 내외에 불과했다.
애니메이션 내용에 대한 규제도 깐깐하다. 특히 아동용인 경우 더욱 심하다. 예컨대 외계인, 귀신처럼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내용은 금기시 되고 있다. 창작물에서 흔하게 활용되는 시간 여행 같은 소재도 마찬가지다.
중국 애니메이션의 제작 편수가 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자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대대적인 제작 지원금을 뿌리고 있다"며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많은 작품이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2013년에만 358편의 TV 애니메이션이 제작됐다.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 공략이 여전히 어렵다는 평가다.
◇ 뉴미디어 시장 등 '맞춤형 전략' 필요
많은 관계자들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시장인 TV 시장을 벗어나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애니메이션이 전국적으로 방영되기 위해선 중국 당국의 심의비준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및 모바일 등 뉴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심의규제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
게다가 뉴미디어 애니메이션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중국의 모바일 애니메이션 서비스 관련 기업의 매출은 30억 위안에 달하며 유료 이용자는 1억명 수준이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라바'의 성공도 뉴미디어의 힘이 컸다"며 "TV 방영에 연연하지 않고 뉴미디어 등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시킨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라바는 유투브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내부 스크린에 콘텐츠를 노출시키며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뉴미디어의 성격에 맞게 편당 1분 30초 내외의 짧은 길이로 제작한 전략도 효과적이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또 다른 해법은 한·중 공동제작이다. 공동제작은 지금까지 꾸준히 시도돼 왔다. '꼬마신선 타오', '뛰뛰빵빵 구조대'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제작사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의 규제 측면에서 수입 애니메이션보다 조금 낫다는 것이 공동제작의 장점이다.
한·중 공동제작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그 안에서 한국 제작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은 한국 제작사가,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은 중국 제작사가 가져가는 구조의 프로젝트가 종종 있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 제작사가 중국 시장 수익의 1%에 대한 권리만 있어도 한·중 공동제작으로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더 큰 규모인 중국 시장 수익을 중국 제작사 쪽이 대부분 가져간다면 사실 하청 구조나 다름 없다"며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은 꽤나 다른 성격의 구조"라며 "기획 단계서부터 중국 시장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뒤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 시장의 미디어 환경 특성과 수익 배분 구조에 대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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