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빅배스', 바뀐 중앙회 이사회 설득 '총력' 다음달 조합장 이사 18명 중 14명 교체…재원 마련 논의도 난항 예상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7일 19: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부실여신을 한꺼번에 쳐내는 '빅배스(big bath)'를 올해 안에 단행할 수 있을까. 김 회장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 타개를 위해 빅배스 카드를 꺼냈지만 결정권을 쥔 곳은 농협중앙회 이사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오는 7월 새롭게 구성되는 농협중앙회 이사회 설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7일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르면 다음달까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을 감안한 시나리오별 빅배스 규모와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 산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의 산출 근거를 토대로 농협중앙회 설득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빅배스 규모와 필요한 재원(자본)을 시나리오별로 산출하고 있다"며 "대략적인 윤곽이 나왔지만 다양한 변수가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르면 다음달께 빅배스와 자본확충 규모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7월 농협중앙회 새 이사회가 구성되면 빅배스의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해 승인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예상되는 부실채권 규모까지 고려해 빅배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실채권 규모가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빅배스 규모 산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당금과 명칭사용료는 농협중앙회의 지역농축협 지원 사업에 주로 쓰인다. 농협금융은 올해 1월에도 지난해 배당금으로 농협중앙회에 1800억 원을 납부했다. 명칭사용료 역시 2012년 4351억 원, 2013년 4535억 원, 2014년 3318억 원, 2015년 3526억 원을 냈다.
조합장 이사들이 배당금에 민감한 이유는 농협중앙회의 지원이 줄어들면 지역농축협의 적자 운영이 불가피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농협금융은 오는 7월 교체되는 농협중앙회 이사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협중앙회 이사회의 과반수(30명 중 18명)를 차지하는 현직 조합장 이사들이 대규모 바뀐다는 점에서 설득의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번에 교체되는 조합장 이사는 14명이다.
농협금융 다른 관계자는 "올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조합장 이사들도 대거 교체됐다"며 "배당금이 조합에 미치는 영향이 커 설득 작업에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배당금 축소를 제외하더라도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설득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자본확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다. 농협은행이 부실채권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 농협금융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은행에 출자를 하는 형식을 띄게 된다.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다. 농협금융 역시 BIS비율 하락에 따른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농협금융은 자본조달의 경우 농협금융의 규모로 볼 때 어렵지 않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배스에서 자본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까지 농협중앙회 이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새 이사회가 구성되더라도 빅배스가 단행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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