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6월 23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콘크리트파일(PHC) 제조사인 삼부건설공업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삼부토건의 계열사다. 최근까지 삼부토건은 회생채무 변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부건설공의 매각 작업을 벌여왔다. 결과는 실패. 두 차례에 걸쳐 입찰을 진행했으나 응찰자 전부 최저가격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탓에 유찰로 끝났다.시장에서는 삼부건설공업 매각 무산이 예상 밖이라고 평가한다. 삼부건설공업은 1999년 이후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멀쩡한 회사다. 만약 모회사인 삼부토건이 사정이 괜찮았다면 매물로 내놓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삼부건설공업이 매물로 나올 때부터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등 다수의 원매자가 인수를 타진했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았다. "당시엔 거래 성사 여부보다는 누가 얼마에 인수할 지가 관심사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찌됐건 삼부건설공업 매각은 결렬됐고, 삼부토건은 현재 추진 중인 M&A를 통해서만 회생채무 변제 재원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 삼부토건은 회생계획안 인가 후 M&A를 진행 중인데, 삼부건설공업 매각 대금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던 채무변제 재원을 삼부토건 인수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삼부토건 M&A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물론 삼부토건 인수자가 별도로 삼부건설공업을 매각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매각에 실패한 전적이 있는 매물이다 보니 제값을 받아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매각자 측이 삼부건설공업 매각 가치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각자 측이 내부적으로 책정한 삼부건설공업 최저 매각가는 800억 원 수준. 일종의 매각 하한선으로, 그 아래로는 안 팔겠다는 의미다. 이 금액은 지난해 조사보고 상에 기재된 삼부건설공업의 기업가치(750억 원)를 기준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이 가격이 시장 참여자들이 보기엔 도무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수준이란 게 문제다. 최근 성사된 유사기업 M&A 사례와 비교해보면 그렇다는 말인데, 동종 기업인 동양파일은 지난 2014년 12월 한림건설에 391억 원, EV/EBITDA 4.8배에 매각됐다. 반면 삼부건설공업 매각 최저 가격인 800억 원은 EV/EBITDA 8배가 적용된 것으로 동양파일 거래 밸류에이션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다.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더라도 동양파일은 업계 3위인데, 삼부건설공업은 4위다. 이를 감안할 때 삼부건설공업 원매자들로선 최저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법한 상황이다. 어찌보면 그런 비현실적인 매각 가격 하한선을 정해둔 것 자체로 진정으로 매각할 의지가 있었나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매각자 입장에서야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파는 게 중요할 것이다. 특히 채권자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을 대변해야 하는 법원과 관리인으로서는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면야 그리 하는 게 맞는 판단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희망가격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범위 내에 들어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가격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이라면 분명 문제다. 처음부터 거래가 안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시장을 우롱한 것이고, 그게 될 줄 알고 있었다면 회생기업을 관리할 능력이 안된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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