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헤지펀드, 초고속 성장 가도 [상반기 헤지펀드 결산] ①5조원대 시장으로 '점프'…질적 성장은 과제
정준화 기자공개 2016-07-11 11:26:37
이 기사는 2016년 07월 07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이 초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지자 신규 플레이어들이 대거 이 시장에 진입했다.초저금리 시대에 헤지펀드가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으며 거액 자산가들과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헤지펀드로 몰리는 양상이다.
다만 헤지펀드 시장이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검증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수익률 제고와 변동성 축소는 신·구 헤지펀드 모두에 과제로 남아있다.
◇4년동안 3조로 성장한 헤지펀드, 반 년만에 5조 시장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 헤지펀드의 수는 126개며, 총 설정액은 5조 2391억 원이다. 지난해말에 비해 헤지펀드 수는 80개, 총 설정액은 1조 8646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 헤지펀드 시장이 2011년말에 출범한 점을 감안하면 4년 동안 차곡차곡 3조 시장으로 성장했는데, 올들어 불과 반 년만에 2조 원 가까이 규모가 커진 셈이다.
올들어 헤지펀드 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진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인가제를 등록제로 바꿨다. 최소 자기자본 기준도 60억 원 이상에서 20억 원 이상으로 낮췄고, 전문인력 3명 이상 등의 조건만 갖추면 헤지펀드 운용사 간판을 달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라임·그로쓰힐·DS·타이거·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투자자문사 시절 유명세를 떨치던 곳들이 잇따라 운용사로 전환해 신규 펀드를 선보였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는 상황도 헤지펀드 시장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증권사 PB들 뿐만 아니라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도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헤지펀드를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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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이어갈까…헤지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 기대
헤지펀드 관계자들은 하반기 신규 헤지펀드 추가 설정 등에 따른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반기와 같은 급성장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할만한 굵직한 투자자문사들은 이미 전환을 마무리 한데다 펀드 라인업도 어느 정도 갖췄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계 선두권인 케이원투자자문이나 VIP투자자문은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
대형 증권사 PBS 관계자는 "연초에 비해 신규 설정하는 펀드 수가 점점 줄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신규 설정보다는 기존 펀드의 수익률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감독당국이 재추진 중인 헤지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가 연내 도입될 경우 헤지펀드 시장이 또 한 번 급성장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펀드상품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헤지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헤지펀드는 운용 과정에서 차입 비율에 따라 최소 1억 원(레버리지 200% 이하) 내지 3억 원(레버리지 200% 초과)이 있어야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헤지펀드 재간접투자 공모펀드가 허용되면 최소 500만 원이면 헤지펀드 투자가 가능해진다. 헤지펀드 재간접 공모펀드는 안정성 강화 차원에서 최소 5개 이상의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면 된다.
◇수익률 및 변동성 관리가 관건
헤지펀드 시장이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기대에 부합하지는 못하고 있다.
올들어 설정된 80개 헤지펀드 중 49개가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가 플러스 수익을 내는 셈이다. 게다가 플러스 수익률을 낸 헤지펀드 중 절반에 달하는 23개 헤지펀드는 6개월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에 설정된 일부 1세대 헤지펀드들은 수익률 부진에 청산이 잇따르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자산운용은 수익률 부진에 시달려온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하며 시장을 떠났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지난달 3개 헤지펀드 중 수익률이 부진한 하나를 청산했다.
청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초창기부터 활약해온 브레인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의 수익률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시장이 계속 성장하려면 양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수익률, 변동성 관리 등 질적인 부분도 함께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신규 플레이어들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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