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25일 07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1일 저녁 동대문에서는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었다. 맞은편의 행인을 피하기 위해 좌우로 자주 움직여야 했다. 대형 캐리어에 막혀 멈춰서기를 여러 번. 사진을 찍어달라며 앞길을 막아서는 이들도 있었다. 거리엔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여 옆 사람의 말을 또렷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동대문 한복판에 우뚝 솟은 두타면세점은 거리의 유동인구를 빨아들이지 못했다. 목요일 오후 10시경 설화수, 헤라 등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한 D1층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D9층 식품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응대할 손님이 없자 직원들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눴다.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불빛 아래 핸드백, 선글라스 등은 오랜 시간 그 상태 그대로 놓여있었다. 왁자지껄한 심야영업 풍경을 기대하고 찾아갔으나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과는 달랐다.
두타면세점이 한적한 이유를 파악하고자 전 층을 서너번 오르내렸다. 이전에 찾았던 경쟁사 면세점에 재방문한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롯데도, 신세계도, 신라에도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그대로 입점해있었고 D2층의 시계·주얼리 매장과 D5층의 명품관은 가림막에 가린채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타면세점에는 동대문만의 색깔이 없었다. 한복과 전통 공예품들을 선보이는 '한국문화관'과 '디자이너 전용 편집샵' 외에는 동대문 상권의 특성이 잘 살아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두타의 하루 영업시간이 타 면세점에 비해 5시간이나 길지만 일 매출은 경쟁사 HDC신라, 신세계 등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다. 똑같은 화장품을 일부러 두타면세점에 와서 사려는 관광객은 드물다.
두타면세점은 '색깔 드러내기'보다 야간 가격할인 전략을 내놨다. 심야쇼핑 5% 추가 할인, 밤 9시 이후 회원가입 시 특별 할인쿠폰 지급 등의 당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두타면세점의 영업직원들은 심야할인만으로는 부엉이족을 잡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밤 10시 이후의 타임세일에 맞춰오는 쇼핑객이 드물뿐더러, 평균 쇼핑 시간은 1시간을 채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동대문은 명동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경쟁사도 눈독 들였던 상권이지만 두타면세점은 예상 밖 부진을 겪고 있다. 물론 두타면세점이 오픈 세 달을 맞은 만큼 아직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기간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연착륙을 토대로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부엉이족을 끌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하다.
두산 창업주 박승직은 보부상으로 시작해 화장품, 맥주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박용만 전 회장이 "면세점을 통해 동대문 상권을 살리고 상인과 상생하겠다"고 주장했듯, 두타가 초심으로 돌아가 동대문 상권의 특색을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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