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 성장주? 10년 이상 장기투자할 가치주" [취중FUND談] ① 한용남 동부자산운용 수석매니저
박상희 기자공개 2016-08-10 09:58:00
[편집자주]
펀드매니저의 세계는 냉정하다. 수익률이라는 숫자 앞에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펀드 매니저 역시 수익률이 잘 나오면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속상한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살아간다. 펀드 좀 운용한다는 '고수'들을 만나 펀드 '희노애락'을 들어본다. 인터뷰 대상은 매니저 경력 10년 이상, 동일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4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주와 대비되는 말로 성장주를 이야기한다. 시장에선 바이오나 헬스케어 업종을 대표적인 성장주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종목이야말로 10년 이상 장기투자해야 하는 대표적인 가치주다. 일부 고평가 된 종목이 있기는 하지만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 자체는 성장 가능성 및 업사이드 포텐셜이 무궁무진하다."한용남 동부자산운용 수석매니저(부장)는 국내 바이오·헬스케어펀드의 살아있는 역사라 봐도 무방하다. 국내에 출시된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주식형펀드는 단 두 개에 불과하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1[주식]'은 지난 2009년 가장 먼저 이 분야에 깃발을 꽂은 첫 주자이고 한 매니저는 펀드 설정 당시부터 최근까지 8년째 운용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쏟아진 지난 2일 저녁 여의도 한강 파라다이스 호프집에서 한 매니저를 만났다. 제주도 출신으로 대학교 때 서울로 올라온 그는 대학교와 군대 시절을 제외하면 일생을 섬(제주도, 여의도)에서 보냈다며 섬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왜 한강 근처 호프집이 그의 힐링 스팟인지 알 것 같았다.
◇ "바이오주가 비싸다고 무조건 거품낀 건 아니다"
|
"바이오 헬스케어라는 섹터주펀드의 특성 상 최소 15년에서 20년 정도는 기다려야 성과가 나온다. 고객 앞에서 설명할 때 자주 드리는 말씀이다. 왜 근래 한미약품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여기저기서 임상 테스트 허가 받았단 뉴스가 자주 나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 갑작스럽게 터진 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란거다. 바이오 산업 태동기를 2000년 정도로 보면 올해가 벌써 16년째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 대 초반은 주식시장에서 IT 버블이 일었던 시기로 기억되는데.
"물론 메인스트림은 IT였다. 그런데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냐하면 미국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됐다. 인간 유전자 지도가 해독 된거다. 그 때 마크로젠이라는 회사가 15일 연속 상한가를 치고 그랬다. 국내에도 그때 바이오붐이 일시적으로 불었다. 바이오 기술에 투자했던 회사가 망하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남았다면 이력이 15년 정도 됐을거다. 왜 최근 2~3년 간 제약 회사와 바이오기업이 계속 이슈 중심에 있는지가 설명이 되는 부분이다. 2020년대로 들어서면 바이오 산업이 태동한 지 20년이 된다. 바이오 산업이 일시적으로 흥한 게 아니라 계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 국내 바이오나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나올 수 있을까.
"물론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라는 회사가 시가총액 400억 원에 상장됐는 데 이후 무려 15년 간 적자를 냈다. 지금은 시총이 약 200조 원 정도 될거다. 삼성전자 시총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업체들도 그런 단계 거쳐서 바이오 업계의 삼성전가 충분히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헬스케어 산업과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산업의 발전 스탠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는 이미 안정기,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당장에 피상적인 것만 보고 주가가 비싸다고 외면하면 안된다."
-그렇다고 고평가 된 주식을 무턱대고 살 수도 없지 않나.
"일반 가치주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바이오 주식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 가치주는 EPS(주당순이익)를 중요시하는데, 이건 과거에 쌓아놓은 실적과 자산에 기반한거다. 한 마디로 하방 리스크가 적다. 바이오주는 지금 당장 쌓아놓은 건 없지만 향후에 쌓을 게 많은 미래의 가치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평가하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 고평가 됐다고 이야기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거품이 꼈다고 볼수만은 없다. 바이오주가 비싼 건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이걸 인정 못하면 '밸류에이션 트랩'에 빠질 수 있다. 한미약품도 기술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 전에는 PER(주가순이익비율)이 100배가 넘었다. 그런데 계약이 성사되자 PER이 50배로 뚝 떨어졌다. 밸류에이션이 반토막난거다. 비싸다고 봤지만 실제론 비싸지 않았던거다."
◇ "바이오헬스케어펀드 살까 말까 고민되면, 일단 사세요"
바이오 헬스케어펀드는 지난 2014년부터 상승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 4월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사태가 터지면서 한차례 고비를 겪었다.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되는 포트폴리오(2개월 전 기준)로는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의 내츄럴엔도텍 보유 비중이 꽤 됐다. 펀드 수익률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했지만, 의외로 펀드 성과는 크게 타격을 입지 않았다.
"백수오 사태가 터지기 2~3개월 전부터 내츄럴엔도텍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상당 부분을 팔았다. 백수오 사태를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운이 좋았다. 내츄럴엔도텍도 처음으로 발굴한 종목이나 마찬가진데 가격이 올랐다고 생각해서 미련없이 팔았다. 보통 매니저들이 본인이 발굴한 종목에 대해서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오를 거라고 판단하고 팔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 펀드 운용할 때부터 지금까지 들고 있는 종목이 있다면.
"인바디란 종목이다. 원래 바이오스페이란 이름의 회사였는데, 제품 브랜드인 인바디가 워낙 유명해지면서 아예 회사 이름을 인바디로 바꿨다. 이건 펀드 초기부터 들고 있었는데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지금도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들고 있다."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대표펀드(A클래스) 기준 지난해만 5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액티브 주식형 가운데 최상위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최근 1년 성과는 마이너스(-2.76%)로 부진하다. 한 매니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난해 고점에 들어온 투자자들에겐 죄송하지만 길게 보면 오를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는 부침도 겪고 조정도 받겠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바이오나 헬스케어 업종은 상승장세를 타고 있는게 맞기 때문이다."
- 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적립식 투자가 낫나, 거치식 투자가 낫나.
"아무래도 주식형펀드보다는 변동성이 높다보니 헤지하는 차원에서 적립식 투자를 추천했다. 펀드 성과가 바닥일 때 들어가는 게 가장 좋겠지만, 솔직히 언제가 바닥인지는 매니저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나중에 성과를 비교해보니 적립식보다 거치식으로 투자하신 분들 성과가 더 좋았다. 역시 펀드 운용은 사람이 아니라 신의 영역인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장기로 길게 투자하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확신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i-point]성안머티리얼스, 희토류 메탈바 공급 계약 체결
- [i-point]아이티센그룹, 신규 CI·슬로건 공개
- [김화진칼럼]스위스 은행비밀법
- [i-point]테크랩스, 마케팅 효과에 3분기 매출·영업익 성장
- 금양인터내셔날 와인 '1865', 11월 한 달 간 이벤트
- [글로벌 파이낸스 2024]"선진 금융기법 도입, 2030 톱 티어 외국계 은행 도약 목표"
- [동방메디컬 IPO In-depth]안정적 재무·실적에도 상장, '글로벌 메디컬 리더' 비전 묘수
- 글로벌 혁신기술 인증 덱스레보, 국내 허가 '청신호'
- [글로벌 파이낸스 2024]신한은행 뉴욕지점, 선제적 체질 개선…지속성장 기반 마련
- 사업부진·재무부담 이중고 SKC, '내실 경영'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