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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위험관리책임자' 임명에 쏠린 눈 [thebell desk]

안영훈 기자공개 2016-08-12 09:46:33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1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험관리책임자'란 새로운 자리를 놓고 금융회사 임원들이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소위 잘나간다는 임원이나 못나가는 임원들 모두 계산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위험관리책임자란 이번에 새로 시행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리다.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 강화를 위해 수년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던 법률이다.

법률 시행일은 지난 1일이었지만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금융위는 3개월의 유예기간을 뒀고, 사실상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현재 마련된 지배구조법에선 금융회사가 자산운용 및 그 밖의 각종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점검·관리하는 위험관리책임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위험관리책임자는 사내이사 및 업무집행책임자 중에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임명한다. 업무집행책임자는 이사는 아니지만 명예회장,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행장,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 이사 등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만한 명칭을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엄밀히 따지면 꼭 임원이 아니어도 되지만 사실상 금융회사에 새로운 임원 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 거기에 법 취지를 감안해 위험관리책임자는 엄무 겸직에 제한을 받으며, 임기는 2년 이상 보장이란 조건이 붙었다. 기존 금융회사 내부에 존재하던 CRO의 자리가 위험관리책임자란 이름을 달면서 임명 자격, 업무 범위, 임기가 구체화된 셈이다.

위험관리책임자의 조건 중 임기 2년 이상 보장은 금융회사 임원들에게 매력적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임원 자리는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올라간다고 해도 한순간에 해임될 수 있는 자리다.

금융회사의 경우 신임 임원들이 1차 임기 2년을 마치고 해임되는 경우가 40%를 넘는다는 말까지 있다. 그렇다보니 1차 임기를 마치거나 더 이상 재선임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되는 임원들에게 위험관리책임자는 본인의 임원 수명을 향후 2년간 보장받을 수 있는 자리로, 소위 힘없는 임원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고 싶은 자리다.

반대로 소위 회사에서 잘나간다는 임원들에게는 임기 보장이 매력적이면서도 부담스럽다. CRO의 업무 범위가 제한되면서 중책으로 가는 승진코스인 영업 업무 등과의 겸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사, 상무 등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려는 꿈을 가진 임원들의 경우 CRO 자리는 회사 내부의 중심업무에서 사실상 벗어난 자리로 인식된다. 즉 향후 2년 임기가 보장되지만 그 이후 승진을 꿈꿀 수 있는 토대가 되기에는 2% 부족한 자리라는 생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잘나간다는 임원들은 CRO 자리가 부담스럽다. 오히려 영업담당으로 빠지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강하다.

지배구조법에 의해 위험관리책임자는 오는 10월 말까지 선임돼야 한다. 많은 금융회사들이 비정기 임원 인사에 나서야 하는데 앞으로 남은 3개월간 누가 위험관리책임자가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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