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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유감 [thebell note]

안경주 기자공개 2016-08-01 09:25: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9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권에선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이 화두다. 지배구조법 시행령도 지난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업권별 설명회도 마쳤다.

이번 법은 처음 제정된 법률인데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금융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융투자(증권)와 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의 최대주주, 특히 최다 출자자 개인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도입된 점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시행을 앞둔 지배구조법이 과연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만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지배구조법 시행에 앞서 금융위가 행정지도로 시행해온 '금융회사 지배구조모범규준(이하 모범규준)'과 비교할 때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약화된 부분도 있다.

이사회 활동 공시와 관련한 부분이다. 모범규준 제55조(수시공시) 3항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이사회 등이 개최된 경우 회의일시, 안건내용(보고안건 포함), 사외이사의 참석 및 찬성 여부 등을 익월 15일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이는 최소한의 감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규정이었다.

시행을 앞둔 지배구조법에선 이러한 의무가 사라졌다. 이사회 구성원 변동, 임원 변동 등에 대해선 수시로 공시해야 하지만 이사회 활동을 매번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졌다. 이사회 활동과 관련해선 연1회 작성하는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만 담으면 된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지 CEO의 전횡을 적절하게 막고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선 1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됐다. 모범규준이 지배구조법 시행 공백을 메우기 위해 행정지도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명성과 관련해선 오히려 후퇴했다는 인상만 남는 부분이다.

아울러 지배구조법 적용 대상도 완화됐다.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 지배구조법 적용대상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금융회사(저축은행은 3000억 원)였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선 5조 원(저축은행 7000억 원) 이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적용대상 기준을 완화하면서 여신전문회사, 특히 캐피탈 회사들이 대거 지배구조 공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지배구조 공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면 이사화 활동 내역을 공개할 필요도 없고, 임원의 교체 등 경영상 중요한 변화를 알리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모범규준 기준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캐피탈 회사들은 지배구조 공시를 해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자산총액 24조3075억 원), 현대커머셜(5조3137억 원), 롯데캐피탈(6조3601억 원), 아주캐피탈(7조438억 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은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경영현황 파악이 쉽지 않았던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외국계 자동차할부금융사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법을 곰곰이 살펴보면, 금융당국이 내세웠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가 무색해진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가 하루아침에 완성될 과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행을 앞둔 지배구조법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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