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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덜 팔고, 증권사 더 팔았다 [공모펀드 판매실적 분석] ①은행, 환매 및 리밸런싱..증권사 '공모주펀드' 등 공략

박상희 기자공개 2016-08-23 10:55:21

이 기사는 2016년 08월 17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펀드 판매 실적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2조 원 가량 줄어든 가운데 은행과 증권사 간 상반기 펀드 판매 성적표가 엇갈렸다. 펀드 리테일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큰 손' 역할을 해 온 은행권의 펀드 판매설정액 증가세가 한풀 꺾인 반면 증권업계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국내 주식형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은행권에서 올들어 대규모 리밸런싱이 발생하면서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의 경우 공모주펀드와 채권·채권혼합형펀드 판매에 집중하면서 설정액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공모펀드 판매설정액(MMF, ETF 제외) 기준 상위 20개 판매사의 설정액 변화 추이를 비교한 결과 8개 은행의 상반기(2016.1~6) 설정액은 50조8268억 원으로 올들어 2조5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2015. 7~12)의 증가액 5조6700억 원에 비해 성장세가 50% 이상 꺾였다.

반면 상위 12개 증권사의 판매 설정액은 41조5624억 원으로, 올들어 2조5800억 원 가량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증가액 1조4000억 원보다 1조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은행의 판매량보다 성장세가 더 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공모펀드 판매설정액은 7월1일 기준 15조 6100억 원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초 대비 6000억 원이 증가했지만 작년 하반기 판매설정액 증가분이 2조 8400억 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판매설정액 비교
*주요 판매사 펀드 판매설정액 증가량 비교
*출처: 금융투자협회 및 한국펀드평가

다른 은행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하반기 판매설정액이 6000억 원 넘게 증가했는데 상반기엔 300억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농협은행 역시 작년 하반기 판매설정액이 4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상반기엔 증가규모가 60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 판매설정액이 3900억 원 증가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랑 비교하면 1000억 원 가량이 감소한 수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펀드를 열심히 팔았는데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신규 판매보다는 고객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펀드 신규 판매보다는 리밸런싱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보니 판매설정액은 작년 대비 증가폭이 크지 않다 "고 말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 증가폭이 대폭으로 꺾이는데 그쳤지만,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 등은 판매설정액이 아예 줄어들었다. 씨티은행은 작년 하반기 650억 원, 올 상반기 340억 원이 감소하는 등 최근 1년 동안 1000억 원이 감소했다. SC은행 역시 상반기에 510억 원 가량 판매설정액이 줄어들었다.

은행권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2곳만 판매설정액이 비슷한 증가 추이를 유지했다. 작년 하반기 판매 설정액이 1조 2400억 원 가량 증가했던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1조 2900억 원이 추가로 늘었다. 기업은행은 반기 기준 2000억 원 안팎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권에서 펀드 판매설정액이 증가세가 예년만 못한 것은 주식형펀드의 환매 및 리밸런싱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4조 6000억 원 넘게 유출됐는데, 증권사보다는 은행권의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계열사인 KB자산운용의 판매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였는데, 이 중 상당수는 KB밸류포커스· KB중소형포커스 등 국내주식형펀드가 차지했다. 올해 주가지수가 오르면서 수익 실현에 나선 환매 물량이 많았고, 수익률이 악화된 중소형주펀드는 리밸런싱 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전언이다.

증권사는 대형사 위주로 판매설정액이 대폭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판매설정액이 5560억 원 가량 증가하며,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자랑했다. NH투자증권(5291억 원), 삼성증권(4841억 원), 한국투자증권(4051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와 삼성증권의 경우 작년 하반기 판매설정액 증가분이 각각 1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올해 들어 판매설정액이 5배 가량 뛴 것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의 판매설정액도 478억 원에서 1287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상반기 출시한 하나1Q 연금저축펀드가 누적판매고 5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연금펀드를 열심히 팔았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며 "상반기 시장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직접투자보다는 펀드같은 간접투자상품 가입을 고객에게 권유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설정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공모펀드 성장은 정체된 상황"이라면서도 "증권사의 경우는 채권 및 채권혼합형, 공모주펀드 등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상반기 펀드 판매설정액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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