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해운 자구안 중 실효성 자금 4000억" 채권단 지원 규모 1.3조까지 확대될수도
정용환 기자공개 2016-08-29 07:30:00
이 기사는 2016년 08월 26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한진해운 자구안 중에서 실효성 있는 자금 규모가 40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채권단은 이 자구안을 놓고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지속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진그룹이 자구안에서 제시한 자금 중 실효성 자금은 4000억 원 뿐"이라며 "대한항공에서 유상증자로 4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만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 규모가 5000억 원에서 5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 부행장에 따르면 정확한 자구안 규모는 56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중 1600억 원은 실효성이 없는 금액이라고 정 부행장은 설명했다.
정 부행장은 "한진그룹의 얘기는 본인들이 4000억 원을 일단 지원하고 채권단이 여기에 6000억 원을 얹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에 총 1조 원을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도 부족자금이 발생한다면 한진그룹이 그룹 내 계열사들 통해 1000억 원 한도로 추가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그 금액이 실제로 100억 원이 될 지 200억 원이 될 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진해운은 추가로 600억 원을 TTI 지분 매각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진해운의 부족자금 규모가 1조 원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선박금융 재조정에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대입한다면 부족자금 규모는 1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진그룹이 들고나온 자구안 중 실효성 자금 규모가 4000억 원인 걸 감안하면 이 경우 채권단에서 한진해운 부족자금 충당 명목으로 지원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90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정 부행장은 "부족자금을 1조 원으로 추정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용선료 협상, 선박금융 타결, 채권단 채무조정, 공모채 채무조정 등이 상당수준 회사(한진해운)가 원하는 대로 된다는 가정 하에 말한 것"이라며 "운임회복 시점 등이 늦어진다고 하면 부족자금 규모가 1조 3000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1조 7000억 원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열리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이하 실무회의)는 한진해운이 25일 제출한 자구안을 가지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들이 회의를 이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추가 자구안 제출 계획은 없으며 실효성 자금 4000억 원 규모의 전날 자구안이 사실상 최종 자구안이라는 설명이다.
정 부행장은 "이번 자구안이 최종안"이라며 "오늘(26일) 오후 세시에는 채권자 실무회의를 통해 '한진그룹이 이런 안을 제시해왔는데 이 방안에 기초해서 자율협약을 추진할 것인지, 채권단들이 신규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 등을 묻고, 최종 결정은 다음주 화요일 쯤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 부행장은 산업은행이 채권단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결권 비율이 약 6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결정에 사실상 한진해운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업은행이 다른 채권은행들의 결정에 배치되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전망이다.
"다른 채권은행들이 (자율협약 연장에)전부 반대해도 산업은행이 찬성하면 그대로 통과가 되는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정 부행장은 "반대매수청구권 때문에라도 그러긴 힘들다"며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산업은행이 나머지 40%의 의결권을 쥔 채권은행들의 반대매수청구권을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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