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세리온, 핸드헬즈 초음파 기기 '선구자' [VC투자기업]휴대용 '소논' 글로벌 공략···아시안 100대 스타트업 선정
신수아 기자공개 2016-10-05 08:02:00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8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아프리카 한 도시에서 만삭의 임산부가 태동을 느껴 산파를 찾는다. 아이가 머리 크기에 따라 제왕절개와 자연분만을 결정해야 한다. 역아라면 수술은 불가피하다. 변변한 의료 장비 하나 없는 그 곳에서 아이와 산모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그저 배에 깔때기를 대고 심장소리를 듣는 것 뿐이다. 아이의 상태만 확인해도 살릴 수 있는 산모를 너무 쉽게 잃게 된다.# 교통사고 현장. 뚜렷한 외상이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환자 한 명이 누워있다. 응급차가 도착했으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 뿐이다. 가장 지척에 있는 응급실로 뛰어 들어간다. CT를 찍고 초음파를 보며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그제서야 재빠르게 수술을 준비하지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째깍째깍 흘러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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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원 힐세리온 대표(사진)는 "초음파를 청진기처럼 사용하는 시대를 만들고가고 싶었다"며 "무겁고 부피가 커 접근성이 좋지 않았던 기존 초음파 기기의 휴대성을 높여 현장에서 진단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많아진다(POC, point of care)"고 말했다.
힐세리온이 4년의 연구 끝에 선보인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소논, 하단 사진)는 스마트기기와 함께라면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아프리카 한 복판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어디서든 사용 가능하다. 소논은 400그람도 되지 않는 무게에 연결선도 없다. 기존의 묵직한 초음파 기기와 비교해 가격은 1/10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인증을 동시에 받은 제품이다
류 대표가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혀를 찼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꽉 잡고 있는 기존 초음파 기기 시장에서 '맨 땅에 헤딩'하겠다는 류 대표의 포부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당시는 초음파 기기의 핸드헬드(handheld, 손 바닥위에 올려놓고 조작할 수 있는) 시장이 막 형성되고 있던 시점이었다"며 "응급상황은 물론 모자(母子)보건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며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던 상황이다"고 회상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단순히 무게만 줄여 이동성만 높인 10킬로그람의 당시 '휴대용(portable)' 초음파 기기와 완전 달라야 했다. 초음파 기기를 병원 밖으로 끌어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현장의 의사들 손에 쥐어줄 수 있어야 했다.
류 대표는 "사실 단순히 초음파 장비를 조립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회로판에 지나가는 회선 하나하나를 조정해 노이즈를 없애 기기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지난 5년 간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핸드헬즈 초음파 기기 분야의 원천 기술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초반 높은 기술 장벽을 당당히 뚫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류 대표의 자신감이다.
이렇게 무선·무게·휴대성·간편성 등 헨드헬즈의 특징을 모두 탑재한 소논은 원격 협진을 통해 진단과 현장 조치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류 대표는 "소논은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를 활용, 원격 협진(telementoring)을 가능케 한다"며 "대형·전문 병원의 전공의와 현장의 의사가 실시간으로 초음파 자료를 공유해 현장 진단을 돕고 신속한 처치가 이뤄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베트남에서는 임신 12주차 임부의 태아 상태를 지역 보건소 의사가 소논을 통해 확인한 사례가 있다. 해당 초음파 자료를 베트남 종합병원 산부인과 의사와 공유해 정확한 진단을 받은 보건소 의사는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 곧장 임부를 이송했다. 움직임이 없는 태아를 그냥 뒀다면 임부도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 보건소에 보급했던 소논이 제 몫을 해낸 셈이다.
이처럼 휴대성이 극대화되면 활용도는 기존 기기와는 천지 차이다. 류 대표는 "소논은 '초음파 가이드 시술'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며 "모든 환자가 해부학적으로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 중심 정맥을 찾거나 장기를 피해 복수를 제거하는 시술 등에서 초음파 기기를 활용한다면 정확도를 높여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논이 시술상의 정확도를 높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크고 무거웠던 기존 장비로는 병실이나 수술실로 쉽게 이동 쉽게 할 수 없었고, 의사는 경험에 의존해 바늘을 꽂아야 했다.
소논은 출시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현재 전 세계 50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미 20여개 국에는 소논의 총판을 만들었고, 이달 필리핀·베트남과 총판 계약을 맺었다. 중국 대기업과도 한창 논의 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힐세리온은 앞서 선보인 복부형·동물형에 이어 오는 10월 갑상선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근골격 초음파 기기도 출시해 제품을 다각화 한다.
공학도·의사·벤처기업인 등 숱한 이력을 갖고 있는 류 대표의 열정이 결집된 힐세리온.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류 대표는 "모바일 헬스케어(M-health) 분야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휴대용 초음파기기 뿐 아니라 심전도·체온계 등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를 묶은 플랫폼을 통해 어디서든 진단과 치료한 시대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휴대용 진단기기 가운데 가장 고도화된 게 초음파기기다. 가장 난이도 높은 기술을 확보한 만큼 여타의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종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다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사의 기업 성장에 집중하는 것 뿐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모바일헬스(M-health)의 가치를 개발 도상국 등 아직은 의료 시스템이 충분치 않은 국가에 전파해 그 시너지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힐세리온은 최근 미국 IT 전문매체 레드헤링(Red Herring)이 선정하는 아시아 유망 기술 벤처기업 어워드 '2016 레드헤링 100대 아시아 어워드(2016 Red Herring Top 100 Asia Award)'에 선정되기도 했다. 힐세리온의 꿈이 현실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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