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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대통령 당선 파장]철강업계 "보호무역 장벽 이미 높아진 상태"반덤핑 관세폭탄 여파로 판매 저하…대선 결과 상관없이 자생력 키워야

강철 기자공개 2016-11-10 08:29:22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0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호무역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럼에도 국내 철강업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호무역 장벽이 이미 높아질대로 높아진 터라 트럼프 집권 이후에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거란 관측이다.

오히려 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미국 내 철강 수요 증가, 제품 가격 인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각 철강사별로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외부 상황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포스코·현대제철 "트럼프 당선 큰 파장 없다"

국내 철강사 중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다. 연 평균 기준으로 포스코가 100만 톤, 현대제철이 55만 톤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반덤핑 관세를 확정해 부과하기 시작한 올해 들어 공급 물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한국산 냉연제품에 대해 최종 반덤핑 관세 판정을 내렸다. 업체별로 포스코 64.68%, 현대제철 38.24%다. 8월에는 열연강판에 대해 포스코 60.93%, 현대제철 13.38%의 관세를 부과했다. 내년 초 최종 판정이 나오는 후판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폭탄으로 인해 사실상 수출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포스코는 행정 소송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 중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최소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적어도 2018년까지는 미국 수출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국내 판매 증대로 만회한다는 전략을 짜놓은 상태다.

따라서 트럼프가 집권한 후 보호무역 장벽이 더 높아진다고 해서 미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 들어가는 물량이 포스코의 연 평균 판매량(3600만 톤) 대비 3% 수준에 불과한 만큼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거란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타깃으로 삼는 건데, 한국을 포함해 주변 국가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며 "후판에 대한 최종 관세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30만 톤 수준의 공급량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관세와) 관련해서 더이상 제기될만한 이슈는 없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철강 업황을 급격하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 등 주요 고객에 대한 판매 전략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들 공장에 들어가는 철강제품의 물량은 연간 20만~25만 톤 수준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추가적으로 빚어질 수 있는 반덤핑 관세 문제는 최근 확대·개편한 통상무역실을 통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통상무역실은 과거 통합돼 있던 조직을 미국, 중국, EU 등으로 세분화했다. 각 전담 파트가 해당 지역의 통상 및 관세 문제를 책임지는 구조다. 이를 위해 무역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미국 수출은 현대·기아차의 현지 판매 전략과 밀접하게 연동한다. 따라서 반덤핑 관세로 인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시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이를 감안해 내년에 예정된 반덤핑 관세 재심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세율을 정상 수준인 5% 안팎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 세아제강 "현지 생산거점 확보로 보호무역 극복"

세아제강은 국내 철강사 중 미국 시장 의존도가 가장 높다. 2014년 기준으로 연간 수출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에 달한다. 주력 제품인 유정용 강관의 연 평균 미국 공급량은 20만~30만 톤이다. 그만큼 미국과의 무역 문제에 민감하다. 트럼프 집권 이후 통상 정책에 더욱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세아제강 역시 포스코, 현대제철과 마찬가지로 업황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거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덤핑 관세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닌 만큼 현지 영업동향, 거시경제적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할 방침이다. 트럼프가 천명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정책이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은 긍정적인 변수다.

세아제강의 반덤핑 관세는 포스코, 현대제철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9월 세아제강의 주력 제품인 유정용 강관에 5.24%의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매년 재심을 통해 관세율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트럼프가 지금보다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미국 판매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세아제강은 현지 생산 거점 확보로 통상 악화 이슈를 극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매물로 나온 미국 강관 제조사들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기업은 OMK강관(OMK Tube)이다. OMK강관은 휴스턴에 위치한 제조 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종류의 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관세 리스크가 없는 만큼 인수가 성사될 시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트럼프가 후보자 시절 내세웠던 자극적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는 것이 보호무역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판단해 OMK강관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제품가격 상승 기대…대선 결과 상관없이 자생력 키워야

일각에선 트럼프의 집권이 미국 내 철강 수요 증가, 제품 가격 인상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거란 다소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가 극단적인 고립주의를 표방하며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침체돼 있는 미국 제조업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고, 덕분에 국내 철강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A 철강사 관계자는 "트럼프가 수십조 달러를 투입해 경기를 살리겠다고 밝혔고, 이를 고려할 때 재임 기간 중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시설 공사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며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책을 가동한다는 건 제품가격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인 요인이며 국내 철강사들이 이 부분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B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이 촉발한 보호무역 장벽은 오바마 정권 때부터 이미 높아져 있었으며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 하더라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을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품질 경쟁력을 갖춘 국내 철강사들이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각 철강사별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높아지는 보호무역 장벽을 △다운사이징을 통한 공급과잉 해소 △인력·설비 합리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C 철강사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후판, 강관 등 몇몇 강종에 대해 설비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국내 시장의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수익과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미국 수출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D 철강사 관계자는 "철강사들에 자구 노력을 독려하기에 앞서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철강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미국처럼 무역 규제를 강화하는 걸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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