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강한기업]에너토크, 액츄에이터 '글로벌 빅5', 한국서 무릎꿇리다국산화 성공 국내 점유율 과반 지켜, 창업자 '한우물' 전략 성공
이호정 기자공개 2016-11-21 10:15:00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 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5일 10: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정유공장, 정수장 등 배관이 어지럽게 연결돼 있는 산업시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업시설에 연결돼 있는 배관의 길이는 평균 170km에 달한다. 배관에는 3만여 개의 밸브(Valve)가 달리고, 이 밸브는 ‘액츄에이터(Actuator)'라는 장비를 통해 수시로 개폐된다.산업시설 가동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라 생산에 있어 상당히 정밀한 기술을 요한다. 전 세계적으로 액츄에이터 생산업체가 수백 곳에 불과한 이유다. 국내도 6개 업체만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다만 경쟁력을 갖춘 회사는 손에 꼽힌다. 영국 로토크(Rotork), 독일 아우마(Auma), 미국 리미토크(Limitorque), 프랑스 버나드(Bernard), 이탈리아 비피(Biffi) 등 ‘액츄에이터 톱5'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과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액츄에이터 국산화를 선도한 ‘에너토크'만 내수시장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이들 글로벌 기업과 맞상대하고 있다. 나머지 5곳은 글로벌 기업의 아성에 눌려 내수시장 점유율이 5%도 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이 없는 상태다.
에너토크의 역사는 1987년 액츄에이터 국산화를 위해 장덕인 회장과 조재찬 부회장, 고(故) 김석기 전 대표가 의기투합해 '모건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산업시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부품이지만 기술이 없다 보니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해 가격이 비쌌고, 단순 고장에도 제품을 통째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 등 이·삼중의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졌던 탓이다.
때문에 세 사람은 생산 공장과 함께 기술연구소도 함께 마련했다. 미국 모팩사의 설립자이자 액츄에이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모건 박사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별개로 AS 등이 가능한 별도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설립 1년 만인 1988년 한국전력공사(한전) 평택LNG발전소에서 제품을 6개월 간 시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후 1990년 기존보다 완성도 높은 액츄에이터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한전에 국산화 선정업체로 등록되는 영예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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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에서 생산하던 제품과 격차가 있다 보니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내수시장은 수요가 적은 터라 해외 진출은 성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장 회장 등 창업자들은 고민 끝에 1991년 일본 세이부(SEIBU)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이는 에너토크의 확실한 성장기반이 됐다.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면서 1993년 공업진흥청(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NT(NEW TECHNOLOGY) 마크를 획득한 데 이어 1997년 네덜란드 ISO-9001 품질인증, 1998년 한국전력 유망전력 벤처기업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에너토크 관계자는 "최초 미국 모팩에서 매입한 액츄에이터 설계도는 미국에만 적용가능한 방식이라 범용개발에 한계가 있었다"며 "일본 세이부의 액츄에이터 설계도를 사오면서 범용제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바이어들이 제품의 성능보다 JP모건의 한국지사인지 물음이 많아 2011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모건코리아에서 에너토크로 상호를 변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에너토크는 2004년 9월 경기도 여주시 능소면에 본사와 공장을 이전하면서 두 번째 성장발판을 마련했다. 창업을 한 경기도 파주는 생산직 인력수급과 물류 수송 문제 등 주변 여건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주 시대 개막 후 방폭 인증을 받은 액츄에이터인 ‘TM'시리즈를 업그레이드 한 ‘TMI시리즈'는 물론 원자력발전소 전용시리즈인 ‘CLASS-1E'를 발전시킨 ‘LTMD'시리즈, 90도 회전 액츄에이터인 'TQ'시리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2006년 코스닥 상장은 물론 국내에서 액츄에이터 부분에서 만큼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부동의 1인자로 우뚝 선 비결이다.
에너토크 관계자도 "여주로 이전한 후 납품과 AS 등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돼 파주 시절보다 생산량이나 매출이 약 3배 가까이 늘었다"며 "당초 경기도 이천 등도 후보지에 올랐지만 비용이나 주변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면서 여주가 최종 낙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여주 본사의 규모를 확장해 나갈 계획도 세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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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토크는 앞으로 해외 수출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포브스로부터 200대 아시아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글로벌 빅5'와 겨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를 위해 해외 지사 설립 및 현재 20개 수준인 해외 대리점수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올 하반기에는 베트남에 해외법인도 설립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액츄에이터 부문 '글로벌 톱10' 진입과 매출 1000억 원 달성이란 목표를 일궈낼 방침이다.
에너토크 관계자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액츄에이터의 국산화를 성공했고, 액츄에이터 개발에만 30년 가까이 집중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기술력이 상당하다"며 "올해 선보인 TX시리즈 등 신제품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한층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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