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토크, 김선동 전 회장의 엑시트 창구? [알바이오 경영권 분쟁⑥]김 회장 요구로 사업목적에 바이오 추가..지분 5% 미만으로 분산 보유..공시위반?
박제언 기자공개 2015-10-12 08:30:58
이 기사는 2015년 10월 02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에너토크가 김선동 에쓰오일 전 회장과 알바이오(옛 알앤엘바이오) 간 분쟁에 뜻하지 않게 등장하게 됐다. 김 전 회장이 알바이오로 입은 손실을 에너토크로 만회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에너토크, 바이오 진출 '김선동 회장 작품'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너토크는 지난 3월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생명공학 및 바이오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6개월 정도 흐른 현재 에너토크는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
에너토크는 발전플랜트, 조선소, 제철소 등에서 물, 오일, 스팀, 가스 등 유체의 흐름을 제어하는 밸브를 구동시키는 장비(엑츄에이터)와 감속기의 제조·판매사업을 하는 곳이다. 바이오 사업과 전혀 무관한 제조업체다.
바이오사업 목적 추가는 에너토크 주식 10% 이상을 보유 중인 김선동 전 회장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김 전 회장은 에너토크의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장덕인 에너토크 회장의 지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동기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이 김 전 회장의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토크 관계자는 "김 전 회장측에서 바이오 사업 외 여러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나마 바이오를 사업목적에 추가하긴 했으나 실제로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김선동 전 회장은 개인 자금과 미래우학재단 등을 통해 2011년 알바이오에 총 300억 원을 투자했다. 알바이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것이다. 하지만 알바이오는 2013년 상장폐지됐고, 김 전 회장의 투자금 회수는 난관에 부딪혔다. 김 전 회장은 BW의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식의 전환사채(CB) 차환발행을 해주며 알바이오의 특허기술을 담보로 받아낸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알바이오의 사채권과 특허기술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토크의 사업목적에 바이오를 추가한 배경에 의혹의 눈을 보내고 있다.
IB 업계는 알바이오가 김 전 회장측에 빚진 사채를 상환하지 못했을 최악의 상황을 눈여겨 보고 있다. 정황상 김 전 회장측은 에너토크의 사업목적에 바이오를 추가해 놓고 알바이오의 특허기술을 에너토크에 매각해 알바이오 투자금 회수 및 에너토크 주가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알바이오는 빚진 사채를 올해 들어 김 전 회장측에 상환했고, 특허기술 담보를 해지하며 최악의 상황을 피한 상태다.
◇김선동 회장, 에너토크 투자 '숨길 것 있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에너토크에 처음 투자한 시기는 2011년 6월이다. 김 전 회장이 이끄는 미래우학재단을 통해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지분을 9.87%까지 사들였으나 다시 지분 매각을 통해 3.47%까지 줄였다.
이후 지난해 8월 공시를 통해 김선동 전 회장(지분율 4.85%)을 포함해 미래우학재단(지분율 3.71%), 미래국제재단(지분율 4.99%)이 에너토크 지분 총 13.55%를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분율을 5% 아래로 분산시켜 놓은 것이다. 이들은 작년 3분기까지 최대 14.75%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이는 에너토크 반기·분기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이후 작년말부터 지분 변동 상황을 숨기고 있다. 에너토크 사업보고서상 '5% 이상 주주'에 미래국제재단 등이 빠진 것이다. 미래우학재단이나 미래국제재단이 특별관계자로 묶어 공시해야 하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
에너토크 관계자는 "김 전 회장측은 여전히 주식을 보유 중이지만 각 재단과 김 전 회장 본인이 각각 5%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특별관계인으로 묶어 보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이어 "공시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듯 하나, 이를 김 전 회장측에서 아는지 모르는지 에너토크에서도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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