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티 협상 회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같은 듯 달랐던 딜…가격차 극복 못해 인수 실패
김일문 기자공개 2016-11-23 13:56:55
이 기사는 2016년 11월 17일 13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하만(Harman) 인수로 국내 M&A의 역사를 새로 쓴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인수를 추진했던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 협상이 회자되고 있다. 거래 규모가 더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불발됐다는 점에서 하만과 비교된다는 평가다.삼성전자는 지난 7월까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회사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미 자동차 전장부품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지목하고, 관련 매물을 찾고 있었던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위해 매각측과 협상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순탄하던 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것은 역시나 가격 차이 때문이었다. 매각측은 경영권을 포함한 마그네티 마렐리 거래 가격으로 3조 원 이상을 희망했던 반면 삼성전자는 1조 원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당시 협상에 정통했던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삼성전자는 3조 원 정도의 딜 사이즈에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두둑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상황에서 꼭 인수해야 할 만한 매물이라면 3조 원 정도는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벨류에이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3조 원 정도의 거래 금액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됐지만 지나치게 비싼 값을 주고 인수했다는 평가가 부각될 경우 실무자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가만 있다면 3조 원 정도쯤은 무리없이 지불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내부 실무자들의 입장"이었다며 "다만 마그네티 마렐리 벨류에이션을 두고 매각측과 인수측이 서로 생각하는 바가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 거래 불발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이번 하만 인수 성공의 배경에는 마그네티 마렐리 때와 달리 가격 협상이 비교적 원만히 해결됐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마그네티 마렐리보다 3배 이상 비싼 하만을 인수키로 결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협상 과정에 진통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거래 규모를 포함해 국내 M&A 역사상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사례로 평가된다. 자동차 전장부품 글로벌 1위 업체를 인수했다는 사실 외에도 삼성전자의 추진력과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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