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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의 정의를 바꿔야 살아난다 [thebell note]

김성미 기자공개 2016-11-22 08:17:45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1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의 해운업 종사자 연봉은 20만~30만 파운드는 됩니다."

국내 유일의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평균 연봉은 5000만 원대다. 그러나 영국의 해운업 종사자들은 평균 연봉이 3억~4억원에 이른다. 무려 6~8배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서 해운업 종사자라 하면 해운회사에 다니는 직원들, 또는 실제로 배를 타는 항해사를 떠올린다. 영국은 다르다. 영국에서의 주로 해운업 종사자는 변호사나 보험업자,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등과 같은 전문직군에 속한다.

영국뿐만 아니라 그리스·스웨덴 등은 해운업에 대한 '업(業)'의 정의를 바꿔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운업이 아직 중후장대·자본집약적 산업에 머물러 있다면 글로벌 해운 강자들은 해운업을 금융업·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이 태동한지 약 70년이 돼가지만 국내 해운업체들은 해운업 관련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 여전히 런던으로 달려가야 한다. 영국 해운법을 기반으로 법적분쟁을 조정함에 따라 수십만 파운드를 들여 영국 로펌의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해운업을 배를 지어 짐을 나르는 일로만 여기는 사이 해운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면 짐을 잘 나를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다.

해운 선진국에서는 환율, 유가, 용선료, 차입금, 보험, 자연재해, 기상, 세계 경제, 물동량 등 각종 지표를 데이터로 만들어 정보로 판매했다. 우리나라 해운사들은 불확실한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이들에게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는다.

올 상반기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위기에 몰리자 업계는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유사시에는 육군·해군·공군 다음으로 해운이 제4군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논리도 댔다.

정부가 한진해운을 아무 준비 없이 법정관리에 보낸 것도 어쩌면 공장이 멈추면 올스톱 되는 제조업처럼 생각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적어도 서비스업으로만 여겼어도 물류대란은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해운업을 지금처럼 물류산업, 기간산업 등으로만 해석해서는 그 포부가 현실화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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