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자체신용도 "은행·코코본드 재평가 트리거 될 것" [크레딧 애널의 수다]④신용등급 적정성 논란 점화…민간 금융사, 천편일률적 금리 차별화 유도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6-11-25 16:24:24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3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관심사는 내년부터 도입할 신용평가 선진화 방안으로 옮겨 갔다. 특히 독자신용등급(자체신용도) 도입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가장 먼저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신용등급 하향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내년부터 민간금융회사에 우선 실시되는 독자신용등급 제도의 영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 비대칭 해소가 긍정적 요소임을 강조했다.

사회: 미국 대선 결과가 발표된 후 미국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고 국내 채권시장에도 충격이 감지된다. 국내 채권 가격이 추가로 떨어질까.

A: 국내 증권사들이 손익에 반영하고 있는 채권 규모는 100조 원 수준이다. 장기 채권을 많이 사놓은 곳일수록 평가손이 클 것이다.

B: 코코본드로 인한 손실도 예상된다. 내년 독자신용등급 제도가 실시되면 코코본드의 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A: 동의한다. 코코본드의 등급 출발점이 어디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한 평가 적정성 논란이 일면 당장 등급 변화가 없더라도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C: 사실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빠진 은행의 자체신용도는 시장 관계자들도 파악하고 있다. 이미 은행의 신용도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많다. 다만 여기서 더 떨어질 것인지가 관심사다.

A: NH농협은행의 코코본드 등급전망이 벌써 조정됐다. 독자신용등급제도 도입 발표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금은 신용평가사들이 NH농협은행의 자체신용도를 발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NH금융지주와 계열사들의 등급 변화는 없었다. 즉, 은행 자체신용도만 떨어졌다는 의미다. 새 제도에 따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더 명확하게는 내년부터 나타날 것이다.
(※지난달 NICE신용평가는 NH농협은행의 코코본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기존 'AA'를 유지했지만 단기적으로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년간 은행업 평균 대비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한 것이 등급전망 조정의 배경이다.)

C: 위험한 곳이 제법 있다. 일단 BIS비율이 턱밑까지 차 있는 지방은행, 즉 자본이 부족한 은행 위주로 코코본드 등급 하향이 예상된다.

B: 은행업계에서는 글로벌 컨벤션이 중요하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코코본드 등급은 발행금융기관의 독자신용도 등급으로 매기는 국제적 관행이 만들어졌다. 시기의 문제지 한국도 따라가야하는 것이다.

사회: 이미 시장에서 금융기관 자체신용도 수준을 가늠하고 있다면 시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 아닐까.

B: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고금리인 상황을 고려하면 다르다.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을 때는 높은 등급으로 갈수록 등급간 금리 차이가 적다. 예를 들어 'AA+'급과 'AA0'급 채권 민평 차이가 2bp에 불과하다면 제도를 시행해도 변화가 없다. 그런데 지금처럼 금리가 솟구치고 있는 상황이라면 작은 신용도 차이도 금리를 가르게 된다. 최종등급이 같은 등급의 기업끼리라도 자체신용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면 투자자는 당연히 독자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채권을 택할 것이다.

사회: 독자신용등급 제도 도입은 2012년부터 나왔던 얘기인데 왜 이렇게 오래 끌었다고 생각하나. 그리고 민간금융기관부터 선택 시행한 것의 배경은 역시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A: 공기업의 자체신용도가 낮은 것이 원인이라 추측한다. 대한석탄공사(AA+)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특수채가 'AAA'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자체 사업·재무역량을 따지면 결코 그 수준이 나오지 않는다. 글로벌 신평사의 평정으로 보면 10~11노치(notch) 심하게는 14노치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다. 'B'급 가량의 독자신용도를 갖고 그간 'AAA'급으로 투자를 유치해왔으니 시행 후 부담이 클 것이다.

B: 2018년 이후 전체기업으로 확대시행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이벤트가 끝나고 지방소재 공사를 중심으로 재정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재정지원이 필요한 곳은 메우고 내후년 정도가 독자신용등급을 공개하기에 그나마 나은 시기다. 일반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집단에서는 초기 시행 대상에 포함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C: 결과적으로 최종신용도와 독자등급간 괴리가 기껏해야 한 노치에 머무를 것으로 판단되는 민간금융기관부터 실시하는 것이다.

A: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정보 공개는 긍정적인 변화다. 정보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많이 알려서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 혼자 알면 정보고 같이 알면 지식이라고 하지 않나.

B: 동의한다. 가격 책정은 결국 시장이 하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채들은 같은 등급인 경우 차이가 없었다. 이건 이상한 상황이다. 정책은행도 아닌데 독자신용등급이 다른 은행들의 채권이 같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었다. 자체신용도가 공개되면 투자자들의 선호에 있어서 차별화가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