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2월 12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간접투자 시장은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불과 10년 전 100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사모펀드 순자산은 현재 250조 원에 육박한다. 올해 8월부터는 공모펀드를 제쳤다. 공모펀드 순자산은 약 230조 원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공모펀드 순자산이 220조 원을 넘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공모펀드는 10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펀드의 몰락을 헤지펀드가 막았다고 할 수도 있다.사모펀드가 뜬 것은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완화 덕분이다.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차입이 가능하고, 공매도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시장수익률을 기준으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기존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로 몰려갔다. 투자자문사에 있던 '선수'들은 직접 자산운용회사를 차렸다. 올해 들어서만 78개의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가 신규로 등록했다. 최근에는 증권회사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뜨면서 걱정 어린 시선을 받는 자산운용회사가 있다. 바로 신영자산운용이다. 신영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가치투자 펀드 하우스다. 요즘 신영자산운용 펀드에서는 돈이 빠져 나가고 있다. 지난해 초 8조 원을 넘어섰던 신영자산운용의 공모펀드 순자산은 6조 원 중반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6조 원 밑으로 갈 공산이 크다.
얼마 전에는 하이자산운용에서 공모펀드로는 처음으로 혼합재간접형펀드가 나왔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을 0~100%까지 자유롭게 자산별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다. 이쯤 되면 누가 신영자산운용에 돈을 맡길까 싶을 정도다.
사실 신영자산운용도 지난해 10월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했다. 그러나 신영자산운용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 기존에 하던 대로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만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모회사인 신영증권도 최근 헤지펀드를 출시했는데, 가치투자에 대한 고지식함이랄까,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고집 같은 게 묻어난다. 허남권 부사장의 말이 그렇다.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치투자에서 최고의 수익률은 아니지만 충분히 적정한 투자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돈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몰린다면 신영자산운용의 설 자리는 크게 좁아진다. 그야말로 위기 상황이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절대 수익을 안겨주는데, 시장수익률을 조금 웃도는 가치투자 펀드에 돈을 맡길 이유가 있을까. 물론 모든 헤지펀드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신영자산운용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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