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채권평가 저가 수수료, 결국 투자자에 '부메랑'

김진희 기자공개 2016-12-16 17:23:46

이 기사는 2016년 12월 15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가 수수료 문제는 채권평가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0원' 수수료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비용절감 욕심을 내세워 채권평가사의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는 채평사가 제공하는 채권지수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평사 두 곳을 선정하는 경쟁입찰에서 한 업체가 수수료 0%를 써낸 것을 그대로 선정했다. 이 때문에 나머지 한 업체도 울며 겨자먹기로 0%에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연기금, 공제회, 자산운용사들은 시중 채권을 일일이 직접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채평사에서 데이터를 받아본다. 채권지수 제공과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채평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문제는 이른바 '갑'인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과도한 저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원이 제한적인 채권평가사로서는 비용 문제로 인해 인력·개발 등 리소스를 제대로 투입하기 어렵다. 저가 수수료가 채권시가평가의 품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대가는 기관투자가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채권평가의 품질 저하는 투자 수익률로 직결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연기금과 공제회의 채평사 선정에서 저가 입찰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공공기관이 이런 모습을 보이다 보니 민간기업 역시 당연한 듯이 낮은 수수료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자산운용사는 채평사 선정 입찰에서 가격 요소만을 평가했다. 평정 시스템, 최근 평정 내역, 인력구성과 평가자의 업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고질적 저수익성으로 한푼이 아쉬운 채평사들로서는 최저가라도 잡기위해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전 계약 대비 대폭 줄어든 수수료로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빈번하다.

채평사들은 한정된 거래처를 나눠갖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기존 한국자산평가, KIS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3사 체제에 2011년 에프앤자산평가가 가세하면서 각축전은 더욱 심해졌다. 입찰을 따내는 데 급급하다보니 0% 수수료까지 등장했다.

채권시가평가를 위해 드는 유무형의 비용을 고려하면 역마진 영업인 셈이다. 승자의 저주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상황. 채평사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저하에 대한 우려가 높다. 야근을 거듭하며 데이터를 제공해도 대가가 없다는 현실에 상심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60% 하한룰'과 같은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라 중앙부처 입찰에서는 사업 예정가격의 60%를 하한선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면 불이익을 준다. 그러나 연기금이 실시하는 입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수료 문제는 '을'의 입장에 있는 채평사들의 자정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저가 수수료는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기관투자가의 손실 위험과 직결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