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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도 '1인 사모펀드' 가능해진다? [신탁업 활성화] ⑦수익증권발행신탁 도입 긍정 검토…부동산 등 증권화해 취득·처분 가능

정준화 기자공개 2016-12-30 08:50:39

[편집자주]

신탁업 시장이 700조 원을 돌파했다. 최근 6년간 신탁수탁고 성장률은 총 82%, 연평균 11%나 된다. 같은 기간 펀드시장의 성장률이 총 27%, 연평균 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탁업 시장의 높은 성장세를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신탁업은 특정금전신탁과 금전채권신탁 위주로만 성장했다. 종합 재산관리서비스라는 신탁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신탁업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 신탁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이슈들을 점검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8일 11: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존 금전신탁에 한해 허용되던 수익증권 발행이 모든 신탁재산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에 대해 수익증권을 발행해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신탁업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은행·증권·보험회사가 부동산 등을 수탁받아 이를 취득·처분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셈이다.

신탁업 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은 개정 신탁법에 담겨 있는 수익증권 발행신탁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반영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수익증권 발행신탁'이란 신탁행위로 수익권을 표시하는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신탁을 말한다(제78조). 과거 신탁법은 수익증권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투자신탁, 유동화증권(ABS) 등과 같이 특별법에 의한 경우에만 수익증권 발행이 허용됐다. 그럼에도 자본시장법은 금전신탁에 한해서만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신탁업 개선 TFT는 신탁 활성화 차원에서 자본시장법에 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중지를 모았다.

예를 들어 위탁자 A가 상가건물을 B은행에 신탁했다고 가정하자. 현재 A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보전과 관리·처분에 그친다. 수익증권 발행신탁을 이용하면 투자자를 모집해 부동산에 대한 개발과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 은행은 부동산 매도자를 위탁자로 하고 투자자를 수익자로 정해 투자자가 수익증권을 매입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투자자들은 신탁기간 동안 신탁부동산의 운용 수익을 배당받고, 신탁부동산의 처분 시점에는 처분 대가에서 얻는 수익을 배당받을 수도 있다. 기존 관리신탁에서는 수익권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 투자자가 모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수익증권 발행신탁을 통하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탁기간 이전에라도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

신탁은 기본적으로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일대일 계약인데, 수익증권 발행신탁을 이용하면 일대일의 계약이 수익증권 유통을 통해 일대다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수익증권 발행은 위탁자와 수탁자간 '1대 1' 계약 성격이지만, 이후 수익권증서가 유통이 되면 '1대 다수'가 되기 때문이다. 신탁이 집합투자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증권 발행신탁이 허용되면 사실상 신탁업자들도 사모펀드처럼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수익증권 발행신탁이 자본시장법에서도 허용되면 신탁업 겸영을 하고 있는 은행·보험사가 고객의 모든 재산을 수탁한 후 이를 기초로 수익증권 신탁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실질적으로는 '1인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사모펀드처럼 운용 대상의 제한이 없다 보니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을 신탁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에 그렇다. 특히 부동산을 수익증권화 시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 가능해지고, 판매 및 처분도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증권 발행신탁이 도입되면 금전 외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해서 회수할 수 있게 된다"면서 "단순한 부동산 보존관리·처분을 뛰어 넘어서 관련 권리를 쪼개서 팔 수 있고 만기 이전에 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신탁업을 겸영하던 은행이나 증권·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동산신탁쪽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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