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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 피해자인가? 공모자인가?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금감원 보고시점 한발 늦어, 신뢰도 하락 우려

안경주 기자/ 윤 동 기자공개 2017-01-05 09:05:08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4일 13: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양생명보험은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의 피해자일까, 공모자일까. 육류유통 중개회사와 냉동창고업자가 짜고 사기대출을 벌였다는 점에서 동양생명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육류담보대출의 높은 취급금액과 연체율, 금융당국 보고시점, 육류담보대출 담당 팀장의 교체 등 몇 가지 석연찮은 정황들로 인해 금융권 안팎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석연찮은 정황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없을 경우 동양생명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지난달 임직원들에게 천명했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두 차례 공시를 통해 전체 육류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말 기준 3803억 원이며, 이 중 연체금액은 2837억 원이라고 밝혔다. 또 육류담보대출 관리과정에서 담보물 창고검사 중 부분적으로 담보물에 문제가 발견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동양생명 등의 말을 종합하면, 육류유통 중개회사(대출 차주)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회사에 돈을 빌린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대출 차주들이 이중 담보를 설정한 사기대출로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육류담보대출 흐름도
일반적인 담보대출과 달리 등기를 통한 저당권 설정을 하지 않는다는 육류담보대출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돈이 물린 동양생명 역시 피해자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몇 가지 석연찮은 정황들이 제시되면서 동양생명을 과연 100% 피해자라고만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피해를 본 다른 금융회사들 사이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육류를 담보로 한 사기대출을 간과하거나 묵인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우선 육류담보대출의 높은 취급금액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07년부터 육류담보대출을 취급해 왔다. 10년 가량 대출을 취급해온 만큼 노하우가 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취급액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담보대출과 달리 등기를 통한 저당권을 설정할 수 없는 육류담보대출의 비중이 높은 점은 다른 금융회사와 다른 점이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을 제외한 동양생명의 대출채권은 2조9842억 원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육류담보대출은 전체 대출채권의 10%를 넘어선다. 통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분산시킨다는 점과 반대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기대출로 문제가 된 냉동창고업체만 거래를 했다는 점이다. 홍장범 동양생명 홍보팀장은 "(동양생명의) 전체 육류담보대출이 이번에 사기대출로 문제가 된 냉동창고업체들이 운영하는 곳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기대출로 피해를 당한 금융회사들의 경우 다양한 냉동창고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보고한 시점도 석연찮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육류담보대출 연체액 가운데 1개월 이상~3개월 미만 금액은 2543억 원에 달한다. 총 연체금액 2837억 원의 대부분이다. 이는 집중적인 연체가 발생했고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 전부터 동양생명이 인지를 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에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이 보고된 시점은 더 늦은 시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보고 등으로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달 26~27일 사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사고를 인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과 금융당국의 보고 시점에 상당한 시차가 있는 셈이다. 현재 금융감독규정상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인지한 시점에서 금융당국에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피해를 본 금융회사들과 냉동창고업자를 중심으로 동양생명 관계자들이 담보물 이중 설정에 따른 부실 문제를 감추려고 했다는 소문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6월 육류담보대출을 담당하는 팀장을 교체했다. 당초 육류담보대출은 한국인 A팀장이 수년간 맡아왔다. 하지만 대규모 부실문제가 터지기 몇개월 전 중국인 왕린하이 팀장이 부임했다. 왕린하이 팀장 부임 직후 육류담보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영업을 재개했다는 게 동양생명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동양생명 측은 팀장 교체와 영업중단 이유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동양생명 담당 팀장이 바뀌고 몇 개월 후부터 대출 차주의 연체가 본격화됐다"고 말하고 있다.

구 사장은 지난달 30일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통해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과 관련 "회사의 신뢰도에 영향이 미치는 일이 없도록, 오히려 회사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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