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손 뗀 JAC, 한화가 살릴까 한화 M&A 자신감 충만…실제 본입찰 참여 여부는 미지수
송민선 기자공개 2017-01-12 09:13:43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5일 09: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의 인수·합병(M&A) 자신감이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도 통할까. JAC는 SK그룹이 투자를 단행했다 쓴 맛을 본 프로젝트다. 만약 한화가 인수하면 JAC를 SK와 달리 턴어라운드 시켜 놓을 수 있을까.JAC는 SK종합화학과 SK건설, SK가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중국·인도 등 기업과 손을 잡고 싱가포르 현지에 파라자일렌(PX), 벤젠, 혼합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등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SK그룹은 이를 위해 '주롱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현지 법인 SKIIS(SK International Investment Singapore)에 자금을 투입, JAC 지분 30%을 취득했다.
주롱인베스트먼트는 투자비만 총 24억4000만 달러에 달했던 해당 프로젝트에 약 5억4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SK그룹이 주롱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금액은 5000만 달러, 나머지 금액은 해외 투자자들를 통해 조달했다. 이밖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KDB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하거나 지급보증 받은 금액만 19억 달러에 이른다.
SK그룹이 JAC 설립 자본금으로 한화 약 620억 원을 출자하며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계열사인 SK종합화학과 SK가스는 당시 JAC향 원료 조달을 담당했다. 특히 SK건설은 EPC(설계·조달·시공)를 직접 담당했다. SK건설은 설비 준공 시 공사 수익뿐 아니라 운영 수익금을 배당금 형태로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2014년 9월 준공돼 상업생산에 돌입한 JAC 공장은 3개월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PX, 벤젠, LPG 등 주력 상품을 생산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JAC는 투자 당시 BNP파리바 등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금액 및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고, 결국 2015년 리시버십(채권단 관리절차)에 돌입했다.
이때부터 SK그룹 계열 투자자들은 JAC에 대해 회의적으로 돌변했다. 실제 SK그룹 계열사 모두 프로젝트 투자금 회수가 장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투자금 전액을 손실 처리했다. SK종합화학은 2015년 하반기 떨어낸 JAC 관련 손실만 2800억 원에 달했다. 250억 원은 당시 투자한 JAC 자본금에 대한 내역, 나머지 2550억 원은 매출채권에 대한 내역이었다. 이를 끝까지 쥐고 있던 SK건설도 지난해 1분기 결국 JAC 관련 손실을 모두 반영했다. 앞서 SK가스도 재무제표에 관련 손실을 반영했다.
그리고 이번 자산 매각으로 SK그룹은 JAC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그룹 내부에선 추가 자금 수혈 등의 회생계획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JAC 프로젝트에 대한 내부적 실망감이 큰데다, 정상화에 일정 수준의 투자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JAC 자산 매각에 성공하면 손실 처리한 금액은 이익으로 잡히게 된다.
반면 한화그룹에선 JAC를 유망한 투자 기회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JAC 자산인수를 추진하는 주체는 한화종합화학이다. 한화종합화학에선 조만간 부여될 예비 실사의 결과를 통해 인수전 완주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지만, 업계에선 수차례의 M&A를 통해 자신감이 고무된 한화가 인수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유동성도 풍부한 상황이다.
2014년 6월 1일 한화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사들인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은 지난해 대규모 이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화종합화학이 50% 지분을 보유한 한화토탈의 자금력도 상당 수준이다. 역시 삼성그룹으로 전격 인수한 한화토탈이 인수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당시 인수금액에 육박하는 대규모 이익을 창출하면서 성장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 말 연결기준 한화토탈의 현금성자산은 6600억 원, 배당 가능한 몫을 살펴볼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2조 4639억 원에 달한다. 이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 849억 원에 달할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JAC 과중한 금융부채와 함께 이익 창출 능력도 크게 꺾이면서 자산 가격이 투자 당시 대비 많이 내려간 상태임을 감안하면, 한화의 인수자금 마련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아울러 한화토탈이 올해 파라자일렌(PX) 20만t 증설을 계획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PX 60만t을 생산하는 JAC 자산 인수에 대한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파라자일렌(PX)는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원료다. 한화종합화학의 주력 생산 제품은 PTA며, PTA는 원유로부터 나온 파라자일렌을 산화 공정과 정제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 순백색 분말이다. 폴리에스터 섬유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아직 예비 실사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JAC 자산 인수 절차를 완주할 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끝없는 M&A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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