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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사모 위주 비밀주의 차입전략 바뀌나 CP공룡, 사모채 단골, 공모 혐오증 '오명'…조달안정성 저하에 결국 공모채 타진

김시목 기자공개 2017-01-10 07:37:42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6일 14: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라는 장막 속에서 비공개 차입 원칙을 고수하던 호텔롯데의 조달 전략이 바뀐 것일까. 호텔롯데가 3년 만에 공모채 발행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달방식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신용위험의 핵심 중 하나였던 차입구조 단기화도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

호텔롯데는 그간 기업어음과 사모사채 중심의 조달을 이어오며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2013년 50%를 넘은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 비중은 지금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재무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호텔롯데는 지난 2013년을 끝으로 공시의무가 덜한 기업어음(CP), 사모사채 등 단기물 중심으로 필요자금을 확보해 왔다. 비밀리에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조달안정성 측면의 손해를 일정 부분 감수해야 했다. 지난 3년 넘게 공모 시장에서 발길을 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공모채 유통 물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수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과 대규모 투자계획으로 기존 방식을 더이상 고수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전체 차입금 가운데 절반 가량에 달하는 과도한 단기차입비중이 미래 금리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조달안정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재무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공시의무' 공모 혐오증...'CP 공룡' '사모채 단골' 꼬리표

호텔롯데(AA+, 안정적)는 대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증권사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채권시장 수급 및 동향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만간 공모채 발행 여부와 시기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달의 외형상 배경은 내년 총 3차례에 걸쳐 예정된 2000억 원 규모의 사모사채 만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존 방식대로 사모시장을 통한 롤오버도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기업어음(CP)이나 사모사채를 대신해 장기 공모채 발행이란 선택지를 추가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3년 이후 공모채 발행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모채 만기물량은 '제로'. 반면 공시 의무가 많지 않은 사모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차입금을 롤오버하거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실제 호텔롯데는 'CP 공룡', '사모채 단골 발행사' 등으로 불렸다.

실제 전일(5일) 기준 호텔롯데의 CP 잔액은 무려 1조 4600억 원에 달한다. 2014년 5000억 원 수준에 그치던 CP 잔액이 3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공모채 발행이 전무했던 기간 사모사채 발행은 총 6차례 5600억 원을 조달해갔다. 사실상 공모채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호텔롯데

시장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자본시장 내 자금조달은 CP와 사모사채가 양분화해왔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성 측면의 손해를 보는 대신 그들 특유의 공시 최소화 등 '비밀주의'를 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달은 더 이상 이 같은 전제의 의미가 퇴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 조달안정성 저하 등 기존 전략 '한계'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공모채 조달을 확정할 경우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CP나 사모사채 물량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단기 차입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상 횟수에 따라 단기성 차입금의 추가 확대는 상당한 재무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실제 호텔롯데의 2012년 유동성 차입금 비중은 단 11.4%(1190억 원)에 그쳤다. 1년 이상의 장기 비유동성 차입금은 88.6%(9209억 원)에 달했다. 이후 단기성 차입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45.5%(2조 796억 원)를 나타냈다. 2013년 이후 장단기 차입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다.

과다한 단기성차입 비중은 향후 조달 안정성 및 투자계획에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지속해나갈 동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한 조 단위 자금조달이 무기한 연기된 탓에 더이상 단기성 자금조달이 한계에 달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

IB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공모채 조달은 차입금을 비롯한 자체 재무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상징적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며 "금리인상에 따른 안정성을 높이고 향후 투자재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공모를 통한 장기성 차입금 비중을 늘릴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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