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1월 11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부가 대규모 미래환경산업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추진 과정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벤처펀드를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만큼 시행 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다.

11일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미래환경산업펀드의 투자기구를 두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주요 기관의 올해 출자 계획이 윤곽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아직 투자기구도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KVF),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이 투자기구로 활용된다. 일부 기관은 특정 출자사업의 경우 사모투자펀드(PEF)를 허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벤처펀드로서 가장 많이 쓰이는 투자기구는 창업투자조합이다.

문제는 창업투자조합의 경우 각종 세제 혜택이 지원되는 만큼 엄격한 운용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업투자조합은 기본적으로 투자처가 법령(중소기업 창업지원법)으로 제한된다. 비상장 창업자(7년 이내 중소기업)와 벤처기업, 기술혁신형·경영혁신형 중소기업 등에 펀드 총액의 40% 이상 투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환경부는 국내 환경 산업의 여건을 감안해 미래환경산업펀드가 모든 기업(대기업 제외)에 골고루 투자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환경 분야의 기업은 설립 시기와 규모를 불문하고 대부분 경영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이 대목에서 환경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창업투자조합 방식으로 미래환경산업펀드를 조성하면 펀드 총액의 절반 가량을 '창업 후 7년 이내'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고 투자기구 가운데 창업투자조합을 제외하면 '출자사업 흥행'에 변수로 남을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기구 딜레마에 빠져있는 셈이다.


물론 한국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사모투자펀드 등으로 투자기구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각 투자기구마다 장단점이 다를 뿐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투자하기를 기피할 수 있다.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펀드를 조성하면서 '농식품투자조합법'을 제정해 새로운 투자기구를 만드는 수고를 거쳤다.

앞으로 미래환경산업펀드의 앞길에는 난관이 겹겹이 쌓여있다. 환경부는 아직 미래환경산업펀드의 운용 기관을 확정하지 않은채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환경산업모태펀드(가칭)를 조성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운용을 맡기는 방안과 별도 모태펀드 없이 한국벤처투자에 운용을 전담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모태펀드를 개별적으로 운용하려는 환경부의 계획에 찬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측에서 이미 올해 예산안에 펀드 출자금으로 200억 원을 반영시켰다"며 "상반기 안에 출자사업을 공고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