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재야 고수' 헤지펀드 출사표 [thebell interview] 이승준 마운틴자산운용 대표 "재야 경험+제도권 안정감"
정준화 기자공개 2017-01-20 10:17:32
이 기사는 2017년 01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3년. 처음 시작은 500만 원이었다. 3년 반을 피데스투자자문(현 피데스자산운용)에서 근무하며 모은 7000만 원 중 500만 원을 떼어 주식에 투자했다. 14번 '깡통'을 차면 다시 업계로 돌아간다는 심산이었다.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그렇게 업계를 떠난 지 14년째. 500만 원은 천 배가 넘게 불었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지인들의 자금 역시 60억 원에 이른다. 돈을 맡기는 사람이 많아지니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모은 자금을 자본금 삼아 14년 재야 고수의 생활을 접고 제도권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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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에서 운용 경력을 쌓아 이를 토대로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곳은 많지만 이 대표와 같이 십수년을 재야에서 매매만 하다가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화학과 출신인 이 대표의 첫 직장은 폴리실리콘업체 OCI의 자회사였다. 1999년 OCI 자회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1년만에 회사를 뛰쳐나와 피데스투자자문에 취직을 했다.
이 대표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주식매매를 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운용업계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주식운용팀에서 3년 가량을 근무한 그는 2003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투자자의 길을 걸었다. 경기도 남양주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본격적인 매매에 나섰다.
출발이 좋았다. 그는 전업투자자로 뛰어든 첫해 경제신문사와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공동주최한 실전투자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그가 대회기간인 두 달여 동안 올린 수익률은 무려 343%. 추세가 살아있는 주도주를 집중 공략한 것이 유효했다. 대회기간 중 코스피지수는 4.85%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81% 하락했다.
입상 이후에도 꾸준히 수익을 올리며 종잣돈을 키우던 이 대표의 실력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지인들이 하나둘 자금을 맡기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운용하기 시작한 지인 자금 규모는 현재 6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30억 원은 1호 헤지펀드의 수익자로 전환했다.
그는 수많은 종목을 일일이 매매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에 걸쳐 검증한 알고리즘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관련 종목을 선정한다. 주문 역시 주가가 매수·매도가에 도달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매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처음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매매를 한 것은 아니다. 높은 수익률로 돈은 쌓이는데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자금은 한정적이었다.
그는 "은행에 쌓여있는 자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인을 통해 자동으로 매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 정기예금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목표로 시스템을 짜다보니 아주 보수적으로 변수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의 매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과거 10년치 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한 번 10년치 사례를 뽑으면 3000개 가량의 종목이 산출된다. 여기에 여러 변수를 추가하며 추천 종목수를 줄여나간다. 예컨대 고점을 돌파한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을 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다음 가장 적절한 매수 시기와 가격대를 설정해 자동으로 매매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같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전략은 현재 10여개다. 추후 2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다만 현재 자금 규모에서는 4개 정도의 전략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헤지펀드 전문운용사 등록을 위해 40여개의 일임계좌 수익률을 2015년 1월 이후부터 산출한 결과 2년여 동안 누적수익률 63.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75%, 코스닥지수는 1.11% 올랐다. 월별로 손실이 난 달은 넉 달이며, 다음 달 곧바로 손실을 웃도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마운틴자산운용은 전체 자산 중 현금보유비중을 월평균 60% 수준으로 가져간다. 월간 평균 매매종목수(매도 기준)는 71.45개며, 전체 자산대비 종목당 평균편입비중은 1.3%다.
이 대표는 "현금비중과 전략에 의한 분산투자로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제도권에서 재야로, 재야에서 다시 14년만에 제도권으로 진입한 그는 "오랜기간 재야에서 쌓은 경험은 현재 제도권이 가지지 못한 운용적인 장점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줬다"며 "제도권이 주는 안정감과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토대로 구성한 전략을 통해 절대수익을 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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