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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노년, 무력한 국민연금 [thebell desk]

김용관 자산관리부장공개 2017-02-24 08:09:58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0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월평균 174만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나라 노령 부부의 최소생활비다. 부부가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여행도 가고, 부조도 하고, 손주에게 용돈이라도 쥐어주려면 부부기준 월평균 236만원(적정생활비)이 필요하다고 한다. 둘다 특별한 질병 등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가정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가입기간 20년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개인 급여액은 88만원이라고 한다. 최소생활비나 적정생활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생활비 수준은 점점 더 빠듯해 질 수 밖에 없다. 연금저축같은 사적 연금 비중도 생각보다 낮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5년중 연금저축 가입자의 평균 연금수령액은 331만원으로, 월 환산시 28만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50대 이상 중 상당수가 이런 생활비를 댈 경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없을 만큼 독립적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이는 공적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64.2%에 그쳤다. 연금 비수급자 중에선 이 비율이 훨씬 낮아 32.2%밖에 안됐다.(국민연금연구원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 6차년도 조사)

현금이나 집 등 보유 자산만 놓고 보면 월급쟁이 보다 은퇴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월급쟁이들의 소비 지출이 훨씬 풍족하다. 왜? 월급이 매달 들어오니까. 안정적인 생활의 주요 원천은 '꾸준한 현금 흐름'이다. 그래서 국민연금같은 공적 연금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들도 생활비를 쪼개 국민연금에 돈을 붓는다.

하지만 국민 노후의 최후 보루라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최근 행태를 보면 그동안 부었던 연금을 다 빼버리고 싶을 정도다. 545조원을 굴리는 세계 4위 기금으로 성장했지만 수익률을 차치하고 내부 관리 역량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말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적절한 대우를 하지 않고 지방으로 내려가라고만 하니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 이미 지난해 30여 명의 운용역이 기금운용본부를 떠나 민간 금융회사 등으로 옮겼다. 최근에는 과장·차장·팀장급 등 실무 인력 20여 명이 추가로 퇴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실장급 8명 중 4명이 회사를 떠난 것은 치명적이다. 남은 사람들의 마음도 이미 떠났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퇴사키로 한 실장 1명이 이직 과정에서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간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관행이라는 변호도 있지만 엄연한 규정 위반이다. 인력 이탈 과정에서의 내부 관리 실패로 모럴 해저드가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그래도 좋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불안한 운용을 지속해온 기금운용본부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게 아닌지 걱정이다. 원래부터 정부와 공단에 종속된 본부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인사권도 예산권도 기금운용본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조다.

금융계 안팎에선 앞으로 공단의 입김이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그야말로 갈 곳 없는 '3류'들만 남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이제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단언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운용의 핵심은 사람이다. 펀드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매니저의 이탈이다. 능력있는 매니저가 이탈한 펀드치고 잘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기금운용도 마찬가지. 능력있지만 몸값 비싼 일류를 영입할 수 없는 현재 시스템으론 나의 노년도 고단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연금 88만원을 받기 위해 국민연금을 계속 내야할 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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