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피한 강환구 현대重 사장, 호된 신고식 작년 10월 대표 취임 후 첫 주총…노조 반발 이겨내고 분할 승인 이끌어
울산=강철 기자공개 2017-02-27 16:50:09
이 기사는 2017년 02월 27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주주총회에서 날아오는 물병에 맞을 뻔하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강 사장이 노동조합의 도발을 잘 참아내며 총회를 진행한 덕분에 분할 안건이 무사히 통과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현대중공업은 27일 울산광역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부 분할 안건을 결의했다. 이로써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현대중공업) △로봇·자동화(현대로보틱스)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 4개 사업부는 오는 4월 1일로 개별 계열사로 분리된다.
분할 안건은 천신만고 끝에 승인됐다.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노동조합원들은 주주총회 내내 분할 철회, 진행 요원 퇴장을 요구하며 안건 상정을 저지했다. 단체로 투쟁을 외치고, 호루라기를 부는 등 소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승인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됐다.
조합원들이 단상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거친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도 연출됐다. 한 조합원은 분할 안건을 찬성한다고 밝히는 주주의 뺨을 치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은 대기하고 있던 경찰이 주주총회장 내부에 진입하고 나서야 겨우 진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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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어렵게나마 안건이 승인된 데는 의장을 맡은 강환구 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 사장이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총회를 진행한 덕분에 안건이 원활하게 승인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강 사장은 분위기가 과격해질 때마다 정회를 선언해 위기를 돌파했다. 조합원들의 도발적인 언사에도 흥분하지 않았다. 몸싸움이 벌어질 때는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냉정을 찾고 "추후에 발언 시간을 주겠다"고 얘기하며 끝까지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네 번째 정회 직후에는 의결이 더이상 지연되면 안된다고 판단한 듯 빠르게 의안 상정과 표결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 던진 물병에 맞을 뻔했다. 그러나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주주총회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강 사장이 현대중공업 대표에 오른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안건 승인' 자리였다. 공동 대표인 권오갑 부회장은 이날 울산에 있었으나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강 사장은 지난해 10월 현대미포조선을 떠나 현대중공업 대표로 이동했다. 부임 후 첫 주주총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강 사장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치며 오랜 기간 현장에서 생산, 설계를 총괄하다보니 아무래도 현장 근로자들을 설득하고 달래는 데 익숙할 수 밖에 없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안건을 통과시킨 건 분명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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