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07일 0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부와 한국벤처투자가 '미래환경산업펀드(이하 환경산업펀드)' 출범에 앞서 풀어내야 할 난제에 매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 프로젝트'와 '중견기업'에 투자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관건. 환경부는 환경산업펀드가 비록 벤처펀드이지만 국내 산업의 실정에 맞춰 투자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의 운용 지침에 따르면 투자처가 벤처기업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다.

7일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환경부와 한국벤처투자는 환경산업펀드의 적정한 투자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장기 운용 계획에 관한 큰 방향을 확정한 가운데 세부 조율에 나서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정기 및 수시 출자사업에서 △창업투자조합 △한국벤처투자조합(KVF)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을 투자기구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운용사가 사모투자펀드(PEF)를 조성해도 출자가 가능하다.

창업투자조합과 KVF는 원칙적으로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고안된 투자기구다. 때문에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에 따라 벤처 및 창업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하도록 운용 방법이 제한돼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조성 근거를 둔 신기사 조합은 이런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가 출자할 때는 벤처기업 투자가 강제된다. 앵커 출자자가 제시하는 표준규약을 통해 투자를 규제하기 때문이다. 사모투자펀드(PEF)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환경부는 환경산업펀드가 해외 프로젝트 및 중견기업 투자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재원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 향후 5년 간 2500억 원을 투입할 펀드인 만큼 환경 산업 곳곳에서 수혜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산업펀드 출범의 마지막 난관은 투자 범위를 확정하는 일"이라며 "현재 한국벤처투자의 방침을 감안하면 해외 프로젝트나 중견기업 등에 제약없이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은 환경부의 타당성조사 지원으로 총 750억 원의 해외 환경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환경산업펀드가 제자리를 잡으면 단순히 타당성조사를 넘어 사업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지분 투자)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국내 환경 섹터에서는 중견기업의 외형을 갖췄지만 고군분투하고 있는 업체가 적지 않다. 벤처기업은 물론 업력을 상당히 쌓은 회사들도 경영 기반과 자금력이 취약한 경우가 즐비하다. 중견기업을 향한 자금 지원도 절실한 셈이다.

환경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우선 표준규약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 첫 번째 환경산업펀드가 바로 조성돼야 하는 만큼 기존 법령을 손질하거나 새로운 투자기구를 세우는 작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앞선 관계자는 "다른 벤처펀드와 비교해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표준규약에 손 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벤처투자측에서도 국내 환경 산업만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