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마법' ING생명, 금리인상에 기업가치 발목 채권계정 재분류로 자본 급증...美 연준 기준금리 조정땐 '평가손' 우려
이길용 기자공개 2017-03-09 14:37:08
이 기사는 2017년 03월 08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자본금이 급증한 ING생명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밸류에이션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말 보유 채권의 계정을 재분류하면서 대규모 평가이익으로 자본금을 확충시킨 ING생명은 금리가 오르는 추세를 보일 경우 평가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ING생명 기업가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ING생명은 지난달 9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과 모간스탠리가 선정됐으며 공동 주관사에는 미래에셋대우, KB증권, 골드만삭스가 참여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12월 라이프투자(유한회사)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ING생명 지분 100%를 총 1조 8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ING생명의 자본금은 2조 1875억 원이었지만, 인수 2년 만인 2015년 자본금은 4조 2608억 원으로 급증했다.
순자산이 늘어나면 생명보험사들이 투자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밸류에이션도 높아진다. 보험사들의 기업가치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내재가치(Embedded Value)를 산정해 판단해야 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은 대부분 가치 산정이 쉬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사용한다. 자본금이 늘면 늘수록 IPO 시장에서 인정받는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구조다.
ING생명은 저해지 종신보험 판매 확대와 경영 혁신 등을 통해 비용 구조를 개선했고,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꾸준히 이익을 내 자본금이 대폭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ING생명이 2015년 말 5조 원에 달하는 만기 보유 금융자산을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계정을 재분류해 자본금이 급증한 보고 있다.
2014년 말 ING생명의 만기 보유 금융자산은 4조 6386억 원이었다. 2015년에는 이를 모두 매도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해 재무제표상 만기 보유 금융자산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만기 보유 금융자산과 달리 시가평가를 해야 하는데 2015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ING생명은 1조 2293억 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로 인해 자본금이 급증하는 회계 착시 효과를 얻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계의 민원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금융자산의 계정 재분류를 허용했지만 한 번 바꾸면 3년 간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ING생명은 2017년 4분기까지는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만기 보유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할 수 없다. 신규 운용자산도 만기 보유증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부터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ING생명이 보유한 증권들에 대한 평가손실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5조 7000억 원 규모의 만기 보유 금융자산을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던 한화생명은 지난해에만 3837억 원의 채권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2015년 말 ING생명의 매도가능금융자산은 20조 원에 달해 금리 상승의 후폭풍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14~15일 실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쏟아지는 점도 ING생명에게는 악재다.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3일 "이달 FOMC 회의에서 고용과 물가가 계속해서 우리 예상에 근접하는지 평가할 것이고 그렇다면 기준금리 추가 조정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고 금리 인상이 ING생명의 밸류에이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ING생명은 2015년과 지난해 계정 재분류를 통한 회계 착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며 "2017년 말까지는 계정 재분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평가손실을 그대로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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