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벌써 네 번째다. 똑같은 사람에게 받는 이 청첩장. 결혼식을 알린 시점을 헤아려보니 무려 10년도 더 넘었다. 첫 시작은 2013년이었다. 그리고 거의 2년 간격으로 청첩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국수를 진짜 먹어보나 싶었지만 매번 결혼식 날짜도 잡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유를 물어보면 더 나은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처음 한 두 번은 그런가보다 싶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최고의 순간에, 최대한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축복을 받길 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하지 않았던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행동에 손가락질 하며 비난할 사람은 없다.
다만 잊을만 하면 날아드는 청첩에 예비 하객들도 많이 지쳤다. 과연 이 결혼이 이뤄지기는 하는걸까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언제든 또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혼식 날짜를 달력에 적어두기가 스스로 민망할 정도다. 새 신랑, 새 신부라는 상큼한 타이틀은 온데간데 없고, 중고 신인을 대할 때처럼 진부하고 심드렁하다. 10여년의 세월을 거치며 개명을 했지만 우리는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다. 바로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다.
보통 기업공개(IPO)는 결혼식에 비유되곤 한다. 평생 딱 한 번 치른다는 전제하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결혼 적령기)에 최고의 밸류에이션으로 더 많은 투자자(하객)를 끌어모아야 한다는 점에서 상장은 기업에게 인륜지대사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SK엔무브는 10여년간 혼사를 수차례 연기한 노총각(혹은 노처녀)에 가깝다.
물론 이번엔 다르다. 재무적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상장 시점을 못박았다. 또 약속을 어길시에는 위약금을 내야한다. 더이상 상장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SK엔무브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제반 조건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IPO 시장 분위기가 영 신통치 않다. 작년 가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일정을 미뤘던 곳들이 새해들어 속속 상장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가 공모가에도 못미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어지러운 국내외 정세 탓에 증시도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SK엔무브 실적도 실망스럽다.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줄어들었다. 밸류에이션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재무적투자자와 맺은 약정으로 인해 IPO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다. LG CNS도 맥쿼리와 맺은 QIPO 탓에 눈높이를 한참 낮춰 재도전 끝에 상장을 성사시켰지만 현재 주가는 공모가 대비 20%나 빠진 상태다. 등떠밀리듯 이뤄지는 IPO에서 발행사는 FI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SK엔무브는 이 모든 난관을 헤치고 주식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움직임을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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