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보틱스 주식 공개매수, 미포조선은 불참 정몽준 이사장 참여 확실시, 현대미포 참여시 순환출자 강화
강철 기자공개 2017-03-09 08:28:01
이 기사는 2017년 03월 08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대미포조선, 국민연금, KCC 등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주요 공개매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다만 현대미포조선의 보유 지분은 공개매수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대미포조선이 주식 교환으로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확보할 시 순환출자 구조가 한층 강해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강화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 현대로보틱스 공개매수 실시…'정몽준→로보틱스→중공업' 구축
현대중공업은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부 분할 안건을 결의했다. △지주회사·로봇(현대로보틱스) △조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현대중공업)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전기전자시스템(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등 4개 사업부는 오는 4월 1일 개별 계열사로 독립한다.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는 분할등기, 재상장 등의 후속 절차를 마치는 대로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증자에 참여하는 주주들로부터 계열사 주식을 받는 대가로 현대로보틱스 신주를 배정하는 주식교환(스왑) 방식이다.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의 주요 주주는 정몽준 이사장(10.15%), 국민연금(8.04%), 현대미포조선(7.98%), KCC(7.01%) 등이다. 인적분할이 이뤄지는 만큼 기존 현대중공업의 주주 구성이 개별 계열사들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주주들 중 정몽준 이사장은 공개매수에 확실하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이사장이 스왑을 통해 현대로보틱스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야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구축된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분할을 추진한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스왑이 완료되면 분할 후 13.4% 수준인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 지분율은 최소 20%를 넘을 전망이다. 공개매수로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인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 보유'를 충족하는 셈이다. 아울러 10.15%인 정 이사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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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포 공개매수 참여 시 순환출자 강화
정 이사장 외에 국민연금, KCC,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등도 공개매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CC,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등 특수관계인들은 정 이사장의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싣는 차원에서 주식 교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은 공개매수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 현대미포조선이 분할 후 갖게 될 현대중공업·현대로보틱스·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지분 7.98%가 순환출자와 밀접하게 연계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3년부터 15년 가까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분할 후에도 이 순환출자는 유지된다. 오히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고리가 하나 더 생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이 과거 형성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해소를 강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새로 생기는 순환출자는 엄격하게 규제한다. 일례로 현대제철은 2015년 7월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순환출자 지분을 기한보다 늦게 정리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현대미포조선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경우 현대로보틱스 지분을 추가로 갖게 된다. 이는 명백한 순환출자 강화다. 현대미포조선이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 교환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에서 애초부터 현대미포조선을 공개매수를 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이라며 "현대미포조선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분할, 재상장이 이뤄진 이후에 블록딜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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