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보복, 롯데쇼핑 악재지만 긍정적 측면 있다" [크레딧 애널의 수다]①일회성 손실반영시 AA+ 반납 불가피…부실사업 정리 단초
김진희 기자/ 김병윤 기자공개 2017-03-16 15:46:23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13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은 최고조로 높아졌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한 달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 하루 전날인 지난 9일 한 자리에 모인 베테랑급 크레딧 애널리스트 세 명의 진단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이튿날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왔다. 미국 금융시장 상황도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 해소가 예상된다.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슈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행위를 꼽았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향한 제재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소방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현지 롯데마트 55곳에 영업중단 처분을 내렸다. 애널리스트들은 롯데쇼핑의 중국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신용등급 한 노치(notch) 강등을 예상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A: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사드 보복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이번 기회에 적자를 지속하던 중국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말이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중국 사업을 접는다는 결정은 쉽게 내리기 힘들다. '형제의 난'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들고 나왔던 무기도 중국 사업 손실이다. 이번 사드 보복을 계기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외적인 요인에 의한 적자사업의 일부 철수라면 약점을 덮을 수 있는 면도 있다.
B: 공감한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손실 사업장을 정리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현지에 롯데마트, 롯데슈퍼, 백화점 등 120개 정도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철수 시나리오를 예상해보면 임대 취소에 따른 위약금과 직원 퇴직금 등이 한 번에 손실로 반영된다. 일시적 충격은 있겠지만 계속 사업을 끌고 나가면서 연간 손실이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용도 방향성은 오히려 개선된다. 중국 익스포저가 줄어든다는 면에서도 그렇다.
C: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쇼핑에 지적하고 있는 것은 재무안정성이 아니라 수익성 저하다. 롯데그룹의 재무 버퍼는 좋다. 토지와 지분이 워낙 많은 회사다. 이런 요소가 등급을 받치고 있다. 걱정해야 할 것은 수익성이다. 중국에서 연간 2000억 원 가량 손실이 발생하는데 사업 구조조정 비용이 엄청나게 크지만 않다면 몇 년이면 회복할 수 있는 규모로 판단한다.
A: 이 예상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센가쿠 열도 문제로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를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꽤 컸다. 그러나 지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관광에 대규모로 나서고 있다. 사드 배치는 본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풀어야 할 문제다. 한국기업에 보복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정상회담 전에 양국이 갈등요소를 극단적으로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사드 보복도 한 달 여간 물밑 작업을 거쳐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B: 보복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에까지 미치지 않는 점을 봐도 그렇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은 대부분 대기업의 중간재 수출이다. 화장품 등 소비재는 크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국의 경제를 고려해 소비재 산업에 대한 제재는 자제하고 있다.
C: 최악의 상황에서 여기까지 여파가 미친다고 해도 꽤 시일이 소요된다. 중국에서 수입처 다변화를 도모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수출처 다변화를 도모할 시간을 벌게 된다.
B: 아까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줬다'는 표현이 나왔는데 국내 신평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재무상황은 등급 하향 트리거에 근접해 있다. 신평사들은 형제의 난이 불거진 후 롯데 계열사를 눈여겨 보고는 있지만 아직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한편 유통시장에서는 이미 크레딧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에서 롯데쇼핑 회사채는 등급민평보다 높은 금리에 거래되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당시에는 롯데쇼핑의 개별 민평이 등급 민평보다 낮았다.
C: 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의 등급이 현 상황에 비해 고평가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나온다. 재무 버퍼가 나쁘지는 않지만 최고등급에서 두 번째 지위인 'AA+' 등급을 점할만 한지 의문을 표하는 것이다.
B: 시장의 평가가 이런데 신평사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이 빅 이슈어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 같다. 또 사드 이슈는 당장 예측하고 평가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A: 하향이 이뤄진다면 현재 롯데쇼핑의 등급인 'AA+'에서 'AA0'로 한 노치를 예상한다. 두 등급 사이 금리 차이는 크지 않다. 롯데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B: 중국 사업 진출에서 이랜드 다음 후발주자로 들어간 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랜드리테일과 달리 세일즈 앤 리스백도 별로 실시하지 않았고 담보잡힌 물량도 거의 없다. 사업을 일부 접는다고 해도 캐시 인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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