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16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는 보수적인 산업으로 유명하다.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라간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느 산업보다도 순혈주의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종근당은 2015년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다국적제약사 GSK, 릴리, 노바티스, 머크세로노 등을 두루 거친 김영주씨를 영입해 대표이사로 앉혔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외국기업, 마케팅 전문가 출신에 회사를 맡긴 건 업계 안팎에서 회자되기 충분했다.
실험은 성공했다. 김 사장이 진두지휘한 종근당은 지난해 다국적제약사들로부터 2500억 원 규모의 대형약 판권을 확보했다. 코프로모션(도입신약 공동판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40%대를 웃돌았다. 중소 업체가 이같은 성장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어도 빅5에 속하는 제약사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였다.
인사혁신 효과를 실감한 종근당은 더욱 파격적인 인사에 나섰다. 임기도 채 끝나지 않은 경쟁사 녹십자홀딩스 CEO인 이병건 사장을 영입해 지주회사인 종근당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이 사장은 그간 개발과 임상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쌓아왔던 인물이다.
종근당홀딩스는 전반적인 전략과 방향 등을 모두 총괄하며 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막중한 자리에 출신을 불문하고 업무능력과 회사의 성장만을 최우선시한 인사를 단행한 셈이다.
기업의 인사에서 관례를 깨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순혈주의를 유지하는 것보단 장점이 더 많을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엔 순혈주의보다 파격이 더 낫다.
종근당의 실험이 현재까지 성공한 것도 고무적이다. 다시 그룹의 명운을 책임질 자리에 외부인을 데려온 종근당의 두 번째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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