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3월 24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의 'BMW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까지 예정된 삼성SDI와의 주력 차종 배터리 단독 공급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주요 벤더(vendor)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독일 BMW의 주력 전기자동차인 i3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인 i8에 2차 전지를 단독으로 공급하는 계약이 2020년 만료된다. 삼성SDI와 BMW그룹은 2014년 7월 전기차 배터리 공급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i3에 탑재되는 배터리 단독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만료까지는 3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는 벌써 영업 모드에 들어간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수주 계약 및 실제 납품까지는 3년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BMW 입장에서는 2020년 이후 배터리 수요를 어떻게 커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제품 수주부터 납품까지는 평균 3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최근엔 소요 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BMW가 삼성SDI로부터 배터리 단독 공급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다른 배터리 공급업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BMW가 삼성SDI와의 단독 계약 기간이 끝나면 벤더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특정 배터리 회사와 단독으로 계약을 했는데 해당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벤더와 계약을 맺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BMW에서 주력 전기차 사양인 i3 등 배터리 벤더를 다양화 하는 것은 LG화학 및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경쟁업체에게는 기회다. 2013년 출시된 i3는 6만대 이상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순수 전기차다. BMW가 향후 전기차 라인업을 대폭 확충할 계획인 것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BMW 그룹은 2019년 MINI 순수전기차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BMW X3 순수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BMW 주력 전기차인 i3에 배터리 공급을 하게 되면 다른 모델 등에서 연쇄 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i3 벤더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이를 염두에 두고 BMW측과 접촉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SDI 입장에서도 BMW와의 단독 계약기간 만료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BMW는 2009년 삼성SDI가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다. BMW가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있어 최대 고객인만큼, BMW 배터리 벤더가 다변화되면 매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삼성SDI의 자동차 배터리 고객사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10개사를 포함해 20~25개 정도 된다"면서 "BMW와의 단독 배터리 공급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MW와는 오랜 기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단독 계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우호적인 파트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