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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사태, 졸속 구조조정 산물" [크레딧 애널의 수다]①"정부, 시장과 소통 소홀…조선업 위기에도 기름부은 격"

김병윤 기자공개 2017-04-03 13: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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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3월 30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3월 굵직한 이벤트들이 연일 국내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다.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유례없던 일이 발생했고, '사드'의 영향력도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마불사 끝판왕'으로 취급되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만기를 두고 또 한번 자본시장 내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해 한 자리에 모인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능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의 무능한 관리능력이 문제를 키운데 이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른 '졸속 처리'를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과의 소통 없이 구조조정에 임하는 일방적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이 조선업 전반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대우조선해양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한 것이 조선업의 위기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신용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A: 정부의 구조조정 능력은 바닥이 드러났다. 이 비판은 계속 돼왔지만 이번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과 관련해서는 거의 절망적인 수준을 보여준 셈이다.

B: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비대칭이다. 정부는 자율협약이라고 하지만 '자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인 통보일 뿐이다.

C: 정부에서 국민연금 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들고 있는 기관투자자를 들먹이며, 구조조정에 동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너무한 처사다. 정부가 채무조정안을 만들 때 선수금환급보증(RG)를 감안하지 않았다. RG를 감안했을 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고 있는 익스포져는 국민연금 등 여타 투자자들에 비해 훨씬 크다.

A: 기관투자자들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던 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RG 때문이다. 정부가 살릴 수 있다고 큰 소리 쳤는데 지금 와서는 못 살리겠으니 도와달라는 격이다. 안 그러면 다 같이 죽는 거라고 협박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B: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원의지를 크게 봤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익을 실현하는 측면에서의 기업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다만 RG보증이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시장에 만연해 있었다.

C: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은 너무 준비가 안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러 이해주체들과 협의도 없었고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B: 정부의 행보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계속 손을 놓고 있다가 탄핵 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기간이 촉박하다. 자율협약이라고 하는데 강제적인 측면이 지나치게 많다.

A: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정치적인 손익관계도 작용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C: 아마 누군가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잘 해결해 이른바 '4월 위기설'을 극복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잘 매듭을 짓는다면 엄청난 업적을 쌓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B: 최근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보면 현재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이 쇼맨십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A: 불신이 계속 쌓이니까 순수하게 안 보이는 거다. 현재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육하원칙 모두가 다 의심이 가는 거다. 지나치게 촉박하게 문제를 끌고 왔다.

B: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한정의견'이 나왔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부의 관리능력이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 정부는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를 위해 4조 2000억 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한정의견이 나왔다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는데도 재무제표를 못 믿겠다는 거 아닌가. 뭔가 불안요소가 더 있다는 거다.

C: 정말 허술하다. 특히 분식회계는 아직도 큰 충격이다. 산업은행의 자회사, 그것도 상장된 대기업이 분식회계에 쌓였다는 건 큰 문제다.

B: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과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비교해 봐라. 같은 산업에 신용등급도 엇비슷했다. 다 우수한 인력들을 보유했고, 납품업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답은 뻔하다. 관리의 문제다.

A: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충격이 한층 더 거세게 미칠 수 있다.

B: 주식 측면에서는 현재 상황을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파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자가 사라지면 생존자는 좋은 거다. 하지만 신용도 측면에서는 분명 부담이다.

C: 현대중공업 경우 신용도 측면에서 사업부를 분할한 것은 긍정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분할에 따라 리스크를 분산한 거다. 다만 분할 후 현대중공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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